ㄴ 논어

논어 팔일 18 / 음악이란 무엇인가

죄송이 2012. 5. 22. 23:16

 

 

子語魯大師樂曰

자어노대사악왈

樂其可知也

악기가지야

始作翕如也

시작흡여야

從之純如也

종지순여야 

皦如也 繹如也 以成

격여야 역여야 이성

 

 

선생님께서 노나라 태사악에게 말씀하시길

음악이란 무엇인고 하니,

처음에는 각자가 모두 나서지만

점점 화합되어 하나가 되니

또렷하면서도 서로 이어져서 하나를 이루는 것입니다.

 

 

....................................................................

 

 

 

선생님은 모르시는 것두 없으십니다.

논어 팔일편은 대체로 '예'에 관해 많이 말씀하시는데

그 말미에 '악'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예는 법에 비해 부드럽고 자존적이지만

악은 그 예에 비해서도 더욱 부드럽습니다.

예가 없다면 법이 의미가 없고

악이 없다면 예를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대사악'은 음악을 관장하는 관직인데,

공자님께서 노나라 대사악과 음악에 대해 한 수 가르쳐 주는 장면입니다.

 

 

 

 

'흡(翕)'이란 여러마리의 새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모양입니다.

물가에서 먹이를 먹던 새떼들이 갑자기 날아오른 다음

곧바로 질서 정연하게 비행 편대를 유지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요.

 

그것은 오케스트라에서 그 수많은 악기들이 각자의 빛나는 개성에도 불구하고 조화로운 소리를 내서

하나의 아름다운 연주를 완성해 가는 과정과 똑같이 닮아 있습니다.

 

종묘제례악 연주도 마찬가지인데,

'시'에서 모이고

'종'에서 하나가 된 다음

자신의 순수한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서로 잘 엮인 이후에야 '성'으로 마치게 됩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어본 분이 많으실 겁니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기교가 장난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파가니니의 기교를 가지고 있는 그 어떤 바이올리니스트라도

다른 사람들과 협주를 잘 마칠 수 있어야 진정한 음악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보이스'라는 프로그램을 한국화한 '보이스 어브 코리아'를 즐겨 봤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그동안 숨어 있던 수많은 고수들이 등장해 화려한 실력들을 뽑내더군요.

1차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 2차 경연은 둘씩 둘씩 짝을 지어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을 왜 집어 넣었나 궁금해 할 것도 없이,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비로소 그것이 음악이다 ... 라는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 아무리 잘 난 척 하는 천하의 똥고집이 있더라도

그 개성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잘 화합되어야 하며 사회 속에서 용납되어야 쓰임을 얻을 수 있겠죠.

태평소는 태평소 이외의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야금은 가야금 이외의 소리를 낼 수 없죠.

모든 구성원 각자는 자신의 개성을 지키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태평소와 가야금, 피리와 북, 징이 만났을 땐

서로 마음을 비추고 밀듯 당기듯 양보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모두의 목소리가 서로에게 존중받을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유일한

'공동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집단'의 지혜입니다.

 

 

 

 

그래서 악은 곧 예를 드러내는 가장 본질적인 속성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