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팔일 16 / 뱀발의 처절한 최후

죄송이 2012. 5. 18. 01:33

 

 

哀公問社於宰我

애공문사어재아

宰我對夏后氏以松 殷人以柏 周人以栗 曰使民戰栗

재아대왈 하후씨이송 은인이백 주인이율 왈사민전율

 

애공이 사직에 대해 재아에게 물었다

재아가 답하였다. 하후씨는 소나무를, 은나라 사람들은 잣나무를,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를 심었는데, 백성들로 하여금 두렵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子聞之曰 成事不說 遂事不諫 旣往不咎

자문지왈 성사불설 수사불간 기왕불구

 

선생님께서 그 얘길 들으시고 한탄하셨다. 일이 끝났으니 다시 언급하지 않으며 마무리에서는 더 간할 수도 없으며 이미 지난 것은 허물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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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이 제자인 재아의 말실수 때문에 화가 많이 나셨네요.

 

 

 

 

고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전쟁과 제사라고 ... 언젠가 앞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사라는 행위를 이해함에 있어서, 단순히 미개하고 비과학적인 고대인들이 자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집착했다고 치부하고 마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제사는 집단의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끊임없이 동질화를 이루어 가는 종합 문화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날이면 날마다 제사를 지냈고

강이고 산이고 들이고 나무이고 간에 껀수만 있으면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중 풍부한 먹거리를 내려주는 토지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사'라고 하고 곡식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직'이라고 합니다.

이 둘을 합치면 우리에게 익숙한 '사직'이 됩니다.

또 종묘에서는 왕가의 조상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봉건왕조에서 그렇게 중시했던 종묘사직이란 결국

땅과 곡식 그리고 조상의 귀신들에 대한 제사를 통해 스스로의 정통성을 인정받고 경제 행위를 영속해 나가기 위한

국가통치 행위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토지에 대한 중요성은 농경시대에서만 강조된 것은 아니어서

사냥과 유목, 채집이 중요한 경제적 분의를 차지하고 있던 시대에도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하, 은, 주 각 시대에는 아직도 유목의 풍습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농경지로서의 토지가 아니라 밀림으로서의 토지가 보다 인상적이었겠죠.

그래서 사직에 나무들을 심었던 모양입니다.

 

 

 

 

하, 은, 주 세 나라가 기반하고 있던 각 지역의 풍토에 따라 친근한 나무가 모두 달랐겠지요.

자연스럽게 그 나무를 사직에 심고 신목(神木)으로 삼아 상징하고 숭배했을 겁니다.

 

그런데 애공의 질문에 재아는 역사적 사실만을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지막에 묘한 말을 덧붙입니다.

즉 주나라에서 밤나무(율)로 신주(神主)를 즐겨 만들었던 것은 '백성들을 두렵게 하기 위해서(전율)'였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이 매우 커서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모습을 '모골이 송연하다'고 합니다. 솔잎들처럼 바짝 선다는 뜻인데,

그 비슷한 말이 '전율'입니다. '싸움을 앞두고 밤가시처럼 털이 곤두선다'는 뜻이 아니고, '덜덜 떨린다'는 말입니다. 

 

재아는 애공의 질문에 모처럼 자신의 재주를 내보이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과도한 해석을 달아 늘어 놓았습니다. 

고대에 '사'에서 사람을 죽이던 일을 애공에게 환기시켜 군주로 하여금 살생의 마음을 북돋았으니

공자는 재아의 대답이 옳지 못했다고 나무라는 것입니다.

 

그 나무라는 어투가 언뜻 들어보면, '다 지난 일이니 더 말해 무엇해, 그만 됐다~'라고 용서하는 말처럼 들리기 쉽지만

제자에게 크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면 믿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라도 더 차갑게 가르쳤을 겁니다.

그러나 공자는 재아에 대해 정말로 크게 실망한 모양입니다.

세번이나 같은 말로 '넌 꾸짖을 가치도 없는 놈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출세를 목전에 두고 자신의 알량한 지식을 자랑하기에 급급했던

재아의 최후에 대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 기왕은 불구라 "라는 이 말은 오늘날에는

[논어]에서 사용된 문맥 속의 의미를 벗어나 쓰이고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누군가에게 알아 듣게 이미 누차 조언을 해 왔는데도 그가 그런 언행을 고집한다면

그만 포기하시는 것도 좋다는 자기합리화의 용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