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貢 欲去告朔之餼羊
자공 욕거곡삭지희양
子曰 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
자왈 사야 이애기양 아애기례
자공이 곡삭식에 쓰는 희생양을 폐지하려 하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사야 너는 기껏 양을 사랑하느냐 나는 고작 예를 좋아한다
................................
주나라 왕은 나라의 영토가 넓어지자
각 지방에 상나라의 유민들을 감시하는 한편 외부로부터 쳐들어오는 적들에 대한
울타리와 같은 방어막을 만들려고 각 지방에 제후들을 봉하였던 것이죠.
이것이 중국 봉건제도의 시작인데 ...
매년 새해가 되면
주 왕실에서는 업무 내용이나 훈시 등을 적어서 각 제후들에게 보냅니다.
이것을 '곡삭'이라고 합니다.
공무원 업무를 보셨던 적이 있으신 분들은 이 내막을 잘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제후들은 '곡삭'을 받는 일이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곡삭을 받으면 이를 다시 제후의 조상들이 모셔진 제실에 올리고
양을 잡아 희생으로 삼은 뒤 성대히 제사를 올립니다.
주 왕실의 힘과 권위가 잘 유지되는 동안에는
곡삭의례가 성대하고 중요한 행사였겠지만
차차 지방 제후들의 실권이 주왕을 압도하면서
주왕이 보내오는 공문 따위는 크게 신경 쓸 일이 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제실에 올리지도 않고 따로 희생을 잡아 제사를 올리기는 커녕
받은 곡삭은 그냥 아무 사물함에다가 쳐 박아 버렸던 것이죠.
공자의 제자인 자공은 당시에 노나라에서 이쪽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자공이 양 한마리의 비용이 아까워서 실제로 곡삭을 폐지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이미 유명무실화된 제사라서 생략하고 싶어했을 겁니다.
자공은 유명한 실용주의자였으니까요.
공자 또한 직접적으로 자공을 뭐라 나무란 것이라기 보다는
노나라 정치 현실을 비꼬면서 한탄한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나라에 돈이 없어서 아이들 의무 급식은 당장 실시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부자들 세금은 야지리 깎아 주는 현실이잖아요.
정말 양 한 마리 아까워하는 정치 세력들에게
평생을 꼬박꼬박 세금 바치며 사는 우리는야
천하 제일 순둥이 백성들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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