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술이 8 /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 예절

죄송이 2012. 6. 28. 21:55

 

子 食於有喪者之側 未嘗飽也 자 식어유상자지측 미상포야

子 於是日哭 則不歌 자 어시일곡 즉불가

 

 

선생님께서는 집안에 상이 있는 사람 곁에서 식사하실 때 단 한번도 배불리 드신 적이 없었고

곡을 하고 난 날이면 그렇게 좋아하시던 노래도 부르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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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일상 모습을 본 제자들이 한 두 귀절씩 정리한 것을 모은 것인데

사실 이 구절들은 [예기]에 똑같이 나옵니다.

 

누군가의 실수였는지, 누군가의 의도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약간 낯간지러운 구절이긴 합니다.

' 자왈 예에 운 .... '하고 시작만 했어도 ^^

 

어쨌든~

 

 

 

 

단순히 그럴 수도 있겠네 하는 수준의 말이긴 하지만

우리 잘 생각해 봅시다.

 

같은 회사 동료인 한 친구가 갑자기 부친의 병환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동료들은 그날 예정돼 있던 회식을

계획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결정할까요, 취소하는 것이 좋다고 결정할까요 ?

 

술 취한 미군이 원룸으로 들어가 잠자던 여성을 강간했고 노트북까지 훔쳐서 달아났다는 소식을 접한 어떤 네티즌들은

아주 잠깐 분노의 뻘글을 올리곤 바로 돌아서서 야동을 봅니다.

그것도 설정이긴 하지만 강간 야동을 말입니다.

 

복잡해져 버린 세상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려면 적절하게

감정을 추스려 나가는 것은 서로 권해질 만한 일이긴 합니다.

 

얼굴 한번 뵌 적도 없는 동료의 아버님 소식에 내가 슬픈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도 오바스럽긴 하지만

훌륭한 한국 경찰이 어련히 잘 알아서 미군 성폭행범을 처벌해 줄 것이라 믿고

나는 생각난 김에 감정의 연장선 상에서 야동을 한 컷 돌려 보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 ...

 

도대체 나는 내 감정을 어디까지 어느 수준으로 추스리는 게 좋은 것일까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선은 우리가 상식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일 겁니다.

그 상식이란 것이 모든 이의 객관성을 가지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습관처럼 우리는 '예절'이란 것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마다 표현하고 싶은 감정의 크기가 1부터 10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 너무 표나지 않기 위해 5 정도에서 정하는 것이죠.

 

문상을 가서는 향을 하나 올리고 고인에게 두 번 절한 뒤 상주들과 맞절을 하고 위로의 말을 가볍게 건넨다 ... ...

문상을 마치고 나면 하얀 봉투에 위로의 뜻을 금전으로 표현해 부의함에 넣고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다 ... ...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가 정해 준 것처럼 친한 친구는 10만원 친하지 않은 친구에겐 5만원을 넣는다 ... ...

 

'예절'이란 복잡한 감정의 시선을 현실화시켜 주는 도구로서 '편리한 것'이긴 합니다만

우리의 감성이 항상 모자란 것임에 틀림이 없는지

우리는 대부분 '의례 절차'들을 '너무나 복잡한 것' '너무나 어려운 것' '너무나 과한 것'들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요.

 

 

 

 

 

이렇게 반문해 볼 수도 있습니다.

 

고인에게 절을 단 두번 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내 위로의 마음을 충분히 전한 것인가?

삼일간 장례를 치르는 것이 고인을 위로하고자 모인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예가 될 수 있는가?

결혼식에서 주고 받는 예물로 서로의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가?

결혼하는 친구에게 내가 넣은 돈 봉투의 액수는 저치에 대한 나의 우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는가?

 

그 반대의 상황도 물론 가능합니다.

 

생면부지의 고인에 대해 장례식에 참석한 것만 해도 어디인데 부의금까지 넣고 왔는가?

만원이면 충분한 우정인데 왜 나는 돈봉투를 열어 볼 친구의 시선을 의식해서 5만원이나 넣었는가?

이쁠 것 하나없는 부장님 아들네미의 돐잔치에 나는 없는 시간까지 쪼개서 참석을 했을까?

 

여러분들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딱 그만큼의 마음을 '예절'이라는 격식으로 알맞게 표현하며 살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