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謂顔淵曰 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有是夫
자위안연왈 용지즉행 사지즉장 유아여이유시부
선생님께서 안연에게 말씀하셨다.
쓰이는 날에는 펼쳐내고 버림을 당해서는 감출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와 너만 그러할 수 있지 싶구나
..........................................................
윤씨의 주석이 멋집니다.
용사(用舍)가 나에게 달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장(行藏) 중 무엇을 만나도 편안할 수 있으니
운명(命)이라고 말하기엔 적절치 못하다
이 주석이 조금 쌩뚱맞다고 비판하는 말도 있긴 합니다만, 저는 그래도 이 주석이 멋지게 들립니다.
공자는 자신을 많이 닮은 제자 안회를 보면서 늘 흐뭇했을 겁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이나 안회와 같이
천하를 덮을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생 그것을 마음껏 펼쳐 보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해야 했던 한과 서글픔을 짙게 녹이며 살아야 했겠죠.
많은 소중한 꿈을 꾸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봅니다.
천하는 물론 아직 소인들의 세상입니다.
긴 지나간 시간들의 역사가 소인들만을 주인공으로 불러내어 왔던 것처럼
어쩌면 앞으로의 긴 시간에도 소인들이 역사를 전면에서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운명이라고
내 소중한 꿈을 버리고 살겠습니까?
마음 편한 게 최고라고 세상을 버리고 살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힘듭니다.
내가 진정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도 확실치 않으니
남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숱한 고민 끝에, 좀더 철이 들게 되면 갈피를 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과 사는 늘 나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나아가 행할 수도 있고 들어와 장할 수도 있습니다.
비극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이 원하는데도 숨는 것과
세상이 버렸는데도 나아가는 것 ... 그보다 더한 블랙코미디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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