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공야장 4 / 자공에 대하여

죄송이 2012. 6. 5. 00:24

 

 

子貢問曰 賜也何如 자공문왈 사야하여

子曰 如器也 자왈 여기야

曰 何器也 왈 하기야

曰 瑚璉也 왈 호련야

 

 

자공이 물었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입니까 ?

선생님이 답하셨습니다. 너는 그릇이다.

다시 물었습니다. 어떤 그릇입니까?

답하셨습니다. '호'이며 '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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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와 련은 산호와 옥으로 꾸민 화려한 제사용 그릇이라고 합니다.

그릇의 품격이 모두 달라서 제사를 올릴 때 오곡과 오과, 오채, 육, 탕 등을 올리는 용도가 각각이었다고 하는데

호나 련은 기장을 담는 그릇의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기장은 곡식의 으뜸이지만,

세상은 이미 많이 변해서 공자 당시만 해도 기장을 존숭하는 풍속은 

각 제후국의 의례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행사에서 음식이 차려진 상을 대접받았을 때 공자가 기장을 먼저 몇 알 먹었는데

주인과 다른 초대 손님들이 박장 대소를 하며 공자를 왕따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기장이 상에 같이 나온 이유는 털이 많은 복숭아를 기장으로 닦아 먹기 위함이었는데

공자는 기장이 곡식의 으뜸이었기 때문에

주례(周禮)를 존중하여 비웃음을 견디며 기장을 먼저 입에 댄 것이었죠.

 

제자인 자공을 두고, 그릇 중에서도 호, 련이라고 평한 공자는

그 호, 련이 기장을 담는 그릇이라는 데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이 구절은 잘못 읽으면

공자가 자공을 면박주는 듯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공자는 제자들에게 '君子不器 군자불기'라는 경계를 이미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릇은 이미 형(型)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 쓰임도 한계가 있는 법인지라

이제 한창 배움의 뜻을 펴려는 창창한 제자들에게 그런 구애 속에 갇히지 말라는 주문을 해 놓은 참인데

다시 자공이란 제자에게 '너는 그릇이다. 게다가 겉만 화려한 호, 련이다'라고 평가해 버렸다면

자공 보고 나가서 죽으란 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는 공자가 자공을 무척 사랑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자공 또한 공자를 무척 존경했기 때문에 간간이 터지는 스승의 꾸지람에도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여

평생을 모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장'이란 곡식의 처지는 참으로 불쌍한데

당시에는 기장을 밥으로 먹는 귀족이나 사대부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기장으로 복숭아의 털이나 닦아내는 풍습이 나돌았던 것이죠.

 

공자는 자신의 처지가 이 '기장'과 같았다고 봤을 겁니다.

곡식의 으뜸으로 당연히 존숭받고 제대로 쓰여야 하겠지만

지금은 복숭아의 털이나 닦아내는 용도로 내팽개쳐져 있습니다.

그런 '기장' 같은 신세인 자신을 평생을 모시고 다니며 모든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후원을 도맡았던 제자 자공에 대해

기장을 담는 그릇, '호련'이란 감사를 넌지시 표했다고 생각합니다.

 

자공은 젊어서 빈한했지만 자기 노력으로 풍족한 부를 이루기도 했고

나중에는 위나라의 재상이 되어 정치적 수완도 마음껏 발휘할 정도로

현실적인 재주가 뛰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재주 많은 사람이 그 화려한 옥과 산호로 치장하고서도

보잘 것 없는 기장을 담아 주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