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공야장 6 / 칠조개에 대해서

죄송이 2012. 6. 5. 01:30

 

 

子使漆雕開仕 자사칠조개사

對曰 吾斯之未能信 대왈 오사지미능신

子說 자열

 

선생님께서 칠조개에게 벼슬살이를 추천하셨다

칠조개가 대답하길, 저는 아직 벼슬살이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기뻐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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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조개라는 제자는 자가 '자약'입니다.

 

 

 

 

'오사지미능신'은 두 가지 정도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斯 사'는 '여기' '이것'에 해당하는 대명사이므로

앞서 공자가 권한 '벼슬살이'를 가리킨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信 신'은 '믿다'의 의미도 있지만 '신호'나 '표식'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딱 들어맞다'의 의미를 가집니다.

헤어지는 연인이 후일을 기약하며 옥고리를 절반으로 나누어 가졌다가 나중에 다시 만나 붙여보면 딱 맞아 떨어지는데 이걸 '信'이라고 하지요.

이렇게 풀면 위에 올린 해석처럼, '나는 아직 벼슬살이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말이 됩니다.

 

유가들은 스스로의 학문을 '우리 문파'란 뜻에서 '斯門 사문'이라 불렀는데

주희는 여기에 쓰인 '斯 사'를 '사문'의 '사'로 끌고 들어가 해석을 가합니다.

즉 '우리가 배우는 학문에 제가 아직 미숙하여'로 풀고 있는 것이죠.

 

 

 

 

어쨌든, 칠조개라는 제자는 자신의 완성 단계를 이해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직 쓰임을 받을 준비가 완벽치 못하다고 사양한 것이죠.

학문의 세계에서든 기업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은 종종 있습니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제자에게 연구가 훌륭하니 이제 발표해도 되겠다고 지도 교수가 권하는데도

본인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아서 사양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디어가 좋은 영업 기획안이 나와서 부장님이 기획안으로 올리자고 하는데도

조금 더 결점을 보완하느라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실행이 되기 전에 스스로의 역량을 깨닫고

더욱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의 경주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스승이나 상사 되는 이로서는 기뻐해야 마땅한 일입니다.

스스로가 준비되었는지 준비되지 않았는지는

아마도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때가 되지 않았는데 서두르는 누를 범하지는 맙시다 !!!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하는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배 고프다고 익지 않은 청곡을 털어 밥을 짓다 보면

평생 까끄라기만 먹게 될지도 모릅니다.

 

혹 이런 말이 가여운 젊은 분들에게

약이나 올리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겨우 밥벌이를 시작했고

그동안은 근근이 아르바이트로 견디며 강의실에서 시간을 보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결코 남들보다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란 생각을 버릴 수 없습니다.

 

내가 즐거워 책을 늘 펼 수 있고

내가 한 일과 내가 내놓은 결과물에 자신할 수 없다면

언제든지 당장 다시 덮고 새로 준비할 수 있는 흔들림없는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닐까

늘 되새기며 살고자 노력합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뜬금없는 얘기들일지도 모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