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二三子以我爲隱乎 자왈 이삼자이아위은호
吾無隱乎爾 오무은호이
吾 無行而不與二三子者 是丘也 오 무행이불여이삼자자 시구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내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보더라
나는 너희에게 숨기는 것이 결코 없다
내가 행한 것이 아니면 너희들에게 가르치지 않았으니 너희들이 본 것 그대로가 나 공구의 전부이다
.............................................................
'이삼자 二三子'는
'요 녀석들'정도의 표현인데,
자신보다 연배나 서열이 낮은 사람들을 두루 부르는 말입니다.
좀더 존중해서 번역하면 '여러분들' 정도도 가능합니다.
'은 隱'은 '감추다'는 의미도 있고
'숨겨져서 보이지 않는 것' '은미한 것'의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제자들에게만 따로 비밀리에 전수하는 것이란 의미도 이면에 감추고 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의 수준은 너무나 높아서
무수한 제자들이 아무리 열심히 수련하고 노력해도 쉽게 따라 가기가 힘든데
어떤 제자들은 마치 스승의 분신인 듯 수월하게 익히는 것을 보게 되면
다른 제자들은 의구심을 조금씩 품게 되지요.
스승이 가르치는 것은 한심스러울 정도록 지극히 당연한 것들인데
이것들을 언제 익혀서 저 높은 스승의 경지에 도달하나 한숨이 절로 나오는 제자들이 많았을 겁니다.
한의대에 처음 입학했더니
침과 약을 쓰는 법을 바로 가르쳐 주지는 않고
무슨 한의학의 역사라던가, 한문 읽는 법이라던가, 기초 과학들, 재미없는 생리학 ... 이런 것들만 가르쳐 주더군요.
한의대 졸업할 때까지 계속 이런 것들만 배우며 시간을 낭비하고 말 것 같은 조바심에
사람들은 각자 알아서 침 놓고 약 쓰는 법을 배우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조급함이야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닙니다만 ^^
스승의 가르침이 어땠길래
이 많은 제자들은 이토록 조바심을 냈던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뒷구절에 나옵니다.
子以四敎 文行忠信
자이사교 문행충신
선생님께서는 문, 행, 충, 신 이 네 가지를 가르치셨다
...........................................................
'문 文'은 이론수업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文 史 哲 세 가지를 흔히 인문학의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말하는데
공자가 가르친 범주의 '문' 속에는 인문학 뿐 아니라 자연과학도 포함돼 있습니다.
시, 서, 예, 악의 교재들을 통하거나
역이나 춘추의 것들이 모두 '문'에 속합니다.
'행 行'은 스승의 실습 수업입니다.
군자가 갖춰야 할 다양한 기예라든가
정치 일선에서 일하게 될 때, 공식 석상에서 행하는 모든 의전이나 의례 따위를 몸소 보여 주고
따로 상세히 가르쳤을 겁니다.
'충 忠'은 passion입니다.
공자가 세속적인 정치가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가르쳤을 리는 만무하고
스스로의 양심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자아에 대한 충성을 강하게 가르쳤을 겁니다.
그것은 진심과 열정, 소신으로 표현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정력적인 추진력으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 信'은 제자들에 대한 스승의 믿음입니다.
공자는 각 나라의 정치가들에게 제자들의 다양한 재주에 대해 자주 칭찬합니다.
진학 지도를 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모의고사 성적표와 내신 점수를 합산해서 이 대학 저 대학 입학 원서 써 줄 정도의 믿음이 아니라
이 아이를 어디에 보내야 자신의 적성을 충분히 살리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행복해 할까를 걱정했던 것이죠.
제자가 가진 역량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제자 자체를 더욱 분발하게 했을 겁니다.
공자는 제자들을 '문 행 충 신' 이 네가지로 가르쳤습니다.
누군가에게 더 가르쳐주고 덜 가르쳐주고 할 바가 없는 명확한 것들입니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강의를 들은 학생은 많이 배워가는 것이고
뒷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선생이 우스워서 뒷 자리에서 다른 책 펴 놓고 혼자 공부하는 사람은
절대 많은 것을 배워 가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수업 시간에는 필기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열심히 선생님 입만 쳐다본 때도 많았습니다.
머리 속에 담아 두고 몸으로 익힐 것들도
많은 학생들은 그저 노트에 예쁜 글씨로만 남기려고 하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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