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술이 20 / 만인이 나의 스승

죄송이 2012. 7. 10. 23:56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자왈 삼인행 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 택기선자이종지

其不善者而改之 기불선자이개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사람이 길을 걸어가도 그 중엔 반드시 내가 배울 것이 있다

그 선한 모습을 가려 좇을 것이며

그 선하지 못한 모습은 고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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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나이고 둘은 너이고 셋은 우리인데,

우리는 '많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TV드라마 '추적자'에 나오는 한오 그룹의 노회장(박근형 분)은

그렇게 자식들에게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가 없을 것같은 사랑을 베풀지만

그 사랑은 '가족'이란 테두리를 벗어나는 순간 눈 씻고 찾을래야 찾아 볼 수 없는 냉혈한이 됩니다.

 

서회장을 쏙 빼 닮아서, 서회장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두어 번은 속내를 털어 놓았던 

강력한 대통령 후보 강동윤(김상중 분)은 어른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울먹이는 어린 처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동안 처제는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은 보며 살아 왔던 것은 아닌가 ... 라고 말입니다.

 

 

 

 

 

사람을 많이 접하는 직업에서 일하다 보면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의 모든 행동은 반드시 선하기만 하고

누군가의 모든 행동은 반드시 악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뭔지 모를 선입견이나,

마음 속에서 피어 오르는 욕망 같은 것들,

혹은 그냥 지극히 단순한 호오의 갈림길에서

누군가를 '선하다'거나 혹은 '불선하다'고 판단해 버립니다.

 

누군가에게 한번 내린 판단은 왠만한 일을 겪기 전까지는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데

그런 믿음이 산산조각 났을 때 사람들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이렇게 흔히 말합니다.

" 사람은 역시 겪어 봐야 안다더니 ... "

 

엄밀히 말한다면, 많은 경우

그가 나를 속인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속인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겁니다.

심지어 사기치려고 달라드는 사기꾼에게도 속는 이유는

우리 마음 속에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믿고 싶어하는 욕망에 나 스스로 투항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천 만원을 빌려 주면, 1년 뒤에 두 배로 만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이 쟤나 잘 먹고 잘 살지

뭣하러 나한테 천 만원이나 꾸러 다니고 있겠습니까?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을 너무 확신하지는 맙시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는

그 사람의 좋은 모습은 무엇이고

나쁜 모습은 무엇인지

나 스스로에게 솔직히 말해 줘야 합니다.

 

그런 솔직해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두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이의 선함과 선하지 못함을 보면서 나 스스로를 고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정확한 시선이 그 사람이 나를 속이지 못하도록, 그래서 내가 나를 속이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깜빡 속았다는 말은,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 애는 나빠졌다 ... 는 말 만큼이나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