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
자왈 묵이식지 학이불염 회인불권 하유어아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웠고
배우는 데에 실증내지 않았으며
배운 것을 남에게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
이것들 외에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
'묵 默'은 아무 것도 몰라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할 말이 없는 모양입니다.
물론 겉으론 멍청해 보여도 속으론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도 말을 하지 않으면 '묵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식 識'은 '안다'의 의미일 때는 '식'이라고 읽고, '쓰다'의 뜻일 때는 '지'라고 읽습니다.
책의 뒷 부분에 누군가의 이름이 나오고 이 글자가 씌어져 있다면 그땐 '지'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어두컴컴한 암흑의 세계에서 저 멀리 보이는 등불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는 과정이 '식지'입니다.
별로 재미없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맛난 음식을 먹는 것처럼 즐거운 일입니다.
공부라는 게 해도해도 끝이 없는 일이라
공부의 과정 자체를 즐기지 않으면 어떤 결과나 목표를 염두에 둔 사람에게는 정말로 지겨운 일이 됩니다.
'염'은 그런 지겨운 마음 상태입니다.
일년을 준비해 온 시험이 이제 한 달 남았는데,
초조함과 긴장감도 있지만 제법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후딱 시험 치고 이 시험공부로부터 해방되었으면 딱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 상태가 '염'의 상태입니다.
오늘은 이것을 배워서 기분이 좋고 내일은 저것을 배우니 즐겁다 ... 정도가 되면 공부에 실증내지 않는 것입니다.
시험 없는 세상이 오면 다들 공부를 실증 내지 않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들 필요한 만큼만 배우면 될 테니까요.
내가 이제 이만큼 배워 알게 되었으니 그 즐거움을 혼자만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퍼주려고 합니다.
'권 卷'은 앞에서도 설명드린 것처럼 '또르르 말린 종이 따위'입니다.
사람이 몹시 피곤하면 오징어처럼 몸이 말리게 되죠.
그래서 '사람 인' 변을 붙이면 '몹시 피곤하다'의 뜻이 됩니다.
'권 倦'은 피곤하여 게으른 모양입니다.
모르는 것을 묻고 그것의 답을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몸소 경험해 본 사람은
다른 이의 배우는 욕구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나와 같은 다른 이의 질문을 받으면 뭐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자신의 피곤함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되지요.
이런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질문하는 자는 배고픔에 목 말라 있어야 하고
가르치는 자는 사심이 없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열심히 한 결과
그 숱한 제자들이 우러러 보는 스승 공자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자 스스로도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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