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옹야 26 / 스승을 맹세케 하는 제자

죄송이 2012. 6. 25. 00:13

 

子見南子 子路不說

자현남자 자로불열

夫子矢之曰 予所否者 天厭之 天厭之

부자시지왈 여소부자 천염지 천염지

 

 

선생님께서 남자를 알현하려 하자 자로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맹세하시길, 내가 옳지 못한 짓을 하면 하늘이 나를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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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송나라 사람으로 위나라 영공이 늙어서 맞게 된 부인입니다.

여색과 재간이 뛰어나 정치에도 자주 참여했다고 하는데

그런 탓이었는지 음란한 행동으로 인해 자주 구설수에 오르곤 했습니다.

 

유럽 중세 말기 귀족들의 음란한 성생활 수준을 훨씬 뛰어 넘을 정도로 춘추 전국 시대

귀족들의 온갖 음란함은 민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그것이 자유로운 성의식에서 나온 것 또한 아니어서 '방탕함'과 '문란함'의 극치를 연출하곤 했습니다.

 

노나라를 떠나 여기저기 제후들에게 인문정치를 유세하고 있는 마당에

위나라에 들러 영공을 알현하기 전, 남자가 공자를 보고 싶다고 하는 데에 이르러

공자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공자는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마차를 대령시켜 황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으니

남자의 호출에 공자는 '가 볼 만 하다'고 생각한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자로가 열을 씩씩 내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일인지라 다른 제자들은 모두 마음속의 의아함을 감추고 조용히 있는데

자로만이 대놓고 얼굴을 붉히며 '이거 뭐 하자는 거시죠?!!!' 삐딱하게 나오고 있는 거죠.

 

선생님도 자로 만큼은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자로는 그야말로 곧으니까요.

거두절미하고 제자 앞에서 맹세를 합니다.

옛적에 맹세를 할 때는 날카로운 이기로 손바닥을 베어서 피를 내고

그 피 묻은 손을 서로 맞잡아서 약속을 이행하기로 천하에 공론화시키는데

그 날카로운 이기로 쓰였던 것들이 화살이나 단도 등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시 矢'에는 '맹세하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공자가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세상이 나를 버리는 것도 아니고

자신을 믿어줄 줄 알았던 사람이 나를 못 믿는 것도 아니죠.

 

하늘이 자신을 버리는 것, 그것 뿐입니다.

'염'은 '가득 차다' '지루하게 반복되다' 그래서 '실증내다' '싫어하다' 이어져서 '버리다' '혐오하다'의 뜻을 가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이건 보이는 곳이건 하늘이 나를 버릴 짓은 절대 하지 않겠다'

 

제자들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맹세를 한 공자는

자로를 뒤로 하고 남자를 알현하러 갑니다.

 

 

 

 

 

요즘 세상에 유행하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스마트폰

웰빙

그리고 멘토 ... 등일 겁니다.

 

조금만 찾으려고 하면 모두 손 안에 쥘 수 있는 것들이고

세상에 유행하는 것들이니 악세사리로라도

나 이런 거 이런 거 있다고 sns에 몇 마디 써 놓으면

모두 내 것이 된 양 뿌듯하기도 한 것들입니다.

 

TV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나왔던 정토회 법륜 스님이 그랬잖아요.

법륜 스님은 안철수 씨의 멘토가 맞냐는 질문에

그 질문은 안철수 씨에게 하셔야 답을 얻을 수 있겠다고 그랬지여~

나는 누구를 멘토로 삼고 있다고 말하기는 참 편한 세상입니다.

 

얼굴 한번 맞대고 본 적이 없어도

그 사람 밑에서 이리 저리 머리를 두들겨 맞으며 가르침을 얻은 것도 없는데

책 몇 권에, 기사 몇 줄에 사람들은 자신의 멘토를 잘도 정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과 달리 요즘 세상에서

얻기 정말로 힘든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내가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할 때 고까운 눈으로 충고해 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더구나 친구도 아니고 그런 아랫 사람이나 제자를 몇 두고 있다면

그런 나의 인생은 정말로 참 잘 살았다고 자부해도

아무런 흠이 없을 것입니다.

 

공자가 나사렛 예수나 석가모니 부처님보다 좀더 행복했던 것 하나를 들라면

저는 기필코 공자에겐 자로같은 제자들이 있었다 .... 는 사실을 꼭 거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