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자왈 질승문즉야 문승질즉사
文質彬彬然後君子
문질빈빈연후군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질이 문보다 도드라지면 천박하고 문이 질보다 두드러지면 화려하기만 하니
문과 질이 고르게 갖추어진 이후에야 군자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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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質'은 '바탕'이라는 의미인데 '순박하다' '질박하다' '투박하다'의 의미를 가집니다.
껍질을 거칠게 쳐 내어 나타나는 날것의 속살 그대로를 뜻하죠.
'문 文'은 원래 '문 紋'의 뜻으로 '무늬' 혹은 '꾸민 것' '치장한 것'의 의미입니다.
무언가를 덧대고 입히고 색을 내고 모양을 만든 것입니다.
그러한 가공의 이유는 인간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것이죠.
'야 野'는 '들판'이라는 뜻인데 그래서 '거칠다' '야만적이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 史'는 '입으로 되뇌이다' '글로 기록하다' '역사'의 뜻에서 발전해서 '문명' '화려하다'의 뜻까지 가집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의 본마음, 그러니까 '질바탕'에 해당합니다.
그런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부모 봉양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과 편안한 잠자리를 모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데도 남의 눈을 의식해서라든가, 효자 소리를 듣고 싶어서
형식적이고 물질적인 봉양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면 '문이 질을 이긴 것'이 됩니다.
선남 선녀가 서로 끌리고 좋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렇다고
맘에 맞는 짝이 공공연한 장소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남사스런 짓을 한다면
'질이 문을 이긴 것'이 됩니다.
인간으로서 가지는 당연한 감정을 본질로 잘 갖춘 채
그것을 시공의 온당함에 맞게 형식미를 살려 실행해 내는 것이야말로
'문질을 모두 갖춘 상태'가 되는 것이죠.
'빈빈 彬彬'은 숲 속에서 거닐다 보면 햇볕이 나뭇잎 사이사이로 예쁘게 스쳐 들어오는 광경을 보게 되는데
그래서 '빛나다' '예쁘다' '조화롭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벽의 장식으로 쓰이는 잘 마감질된 화강암을 보면 여러 구성 암석들이 섞여 있으면서도 조화로운 무늬를 만들어 내는 걸 볼 수 있죠.
대리석의 은은한 무늬라든가, 목재의 아름다운 자연스런 무늬들이 모두 '빈빈'인데
서로 다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양입니다.
단색으로만 이루어진 것들은 왠지 자연스럽지 않고 인공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무리 인간에게 편한 느낌을 주는 녹색이라도
온통 녹색 벽지로만 이루어진 방 안에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급격한 피로감을 금세 느끼게 될 겁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은 '조화'에 있지 '통일'에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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