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放問 禮之本
임방문 예지본
子曰 大哉 問
자왈 대재 문
禮 與其奢也 寧儉
예 여기사야 영검
喪 與其易也 寧戚
상 여기이야 영척
임방이 예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였다
선생님께서 칭찬하셨다, 질문이 아주 크구나
예식은 사치스러운 것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 낫고
장례는 잘 꾸며진 것보다는 차라리 슬픔으로 가득찬 것이 낫다
.......................................................
임방은 공자의 제자 중 한명입니다.
보통 당시에 예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땅에 머리를 몇 번 조아리고 몇 걸음 움직인 후에 다시 반절하느냐 따위만을 강조하던 터라
우리 용감한 임방이 선생님께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한 것이죠.
쌤님, 고런 거 다 빼고 예의 본질은 뭔가요?
공자가 제자에게 한칼 맞았습니다. 자못 긴장했겠죠.
공자 역시도 그 누구 못지 않게 각종의 예에 대해 달통해서 늘 강조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제자를 칭찬합니다 ^^
'대재라 문야여~' ........... '아주 좋은 질문이야'
일단 칭찬해 놓고 시간을 살짝 번 다음 대답을 빨리 준비합니다.
이런 날카로운 제자에게는 날카롭게 답변해 줘야 합니다.
'與其 땡땡 寧 뿅뿅'의 구문은
'그것이 땡땡과 같기 보다는 차라리 뿅뿅함이 낫다'의 관용구입니다.
친구에게 기쁜 일이 있어서 선물을 준비한다고 할 때
내가 돈이 많은데 정성이 부족하면 그냥 비싼 물건 사 주고 생색 내고 말기가 쉽죠.
이것이 예의 본질을 지키지 못하고 자주 실수하는 경우죠.
그것보다는 내가 그 친구를 생각하며 고르고 고른 것이나 직접 만든 것이
비록 돈 몇 푼 안 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예의 본질에 더 접근해 있다는 겁니다.
시골 장례식장에 가서 일을 보다 보면,
간혹 위신을 세우려고 상갓집 앞에 조화를 늘어놓고 이상한 깃발들을 꽂아 놓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눈살 찌푸려지는 것을 참고 상례 마치고 부의함을 정산하다 보면
곱게 접은 한지에 붓글씨로 부의를 정성들여 적고 돈 만원을 넣으신 봉투들이 튀어 나옵니다.
그 봉투들을 보면서 늘 이것이야말로 '영척'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子曰
자왈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也
이적지유군 불여제하지무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랑캐들에게도 임금이 있으니 우리에게는 없는 것과 달라 많이 부럽구나
...............................................................
주나라가 점차 쇠해지면서 천자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있을 즈음,
그러니까 춘추 시대의 말기를 살다 간 공자에게 있어서
주왕실의 쇠락은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드높은 문화로 이름 높았던 주나라가
어쩌다가 이제는 위계도 없고 살벌한 실력 경쟁만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는지 끔찍했던 것이죠.
하다못해 문화 수준이 낮은 오랑캐 국가들조차
임금의 권위가 살아 있어 신하들은 제 역할을 다하는데 말입니다.
제국의 몰락을 지켜봐야만 하는 공자에게서 진실로 차가운 회한이 보입니다.
마치 미국의 몰락을 목도하고 있는 아메리카 시민들의 심정이 이러할까요?!
아직 문화적 자긍심은 남아 있기에
다시 한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자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재건에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 아니 되지 않았을 겁니다.
앞에서 임방에 예의 본질에 대해 물었는데,
이편은 대부분 예악에 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공자는 아마도 주나라의 재건을 예악의 정립에 바탕한 올바른 정치로의 복귀에서 찾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과 같은 해결책입니다.
우리 시대의 상식은 무엇인지?
공자 시대의 상식과는 그 구체적인 모습이 많이 다를 테지만
몰상식을 버리고 상식으로 복귀하는 것 ....
늘 어지러운 시대일 때마다 현자들이 제시하고자 하는 솔루션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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