八佾 第三
孔子謂季氏
공자위계씨
八佾舞於庭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팔일무어정 시가인야 숙불가인야
공자께서 계씨를 두고 말씀하셨다
제 집에서 팔일 춤을 추게 하니 이런 짓도 차마 해대는데 무엇을 차마 못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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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노나라에는 '삼환'이라고 하는 강력한 세 권신 집안이 있었습니다.
모두 노나라 환공의 자손들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립니다.
형제가 여럿일 때 첫째를 맹, 둘째를 중, 세째를 숙, 막내를 계라 부르는데
이 삼환 중에서도 '계손씨'가 가장 강력했던 모양입니다.
팔일은 여덟 열의 무희들로 규모를 맞추어 추는 궁정 춤인데
주나라 천자 정도나 되어야 공식 행사에서 이 팔일무를 출 수 있습니다.
제후는 여섯 열의 춤을, 대부는 네 열의 춤을, 사(士)는 두 열의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당시는 사회적 위계를 매우 중히 여기던 때라
위로는 천자로부터 아래로 사, 평민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예악의 범위가 모두 차별적이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노나라의 권신이라 하더라도 대부 벼슬에 해당하는 계씨들이라면
사적이든 공식적인 자리이든 대부에게 허용되는 '사일무'를 추는 것이
당시 예법에 부합하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공자는 계씨들이 자신의 힘만을 믿고 위를 능욕하는 것을 괘씸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이것이 공자 입장에서 왜 화가 나는 일이냐면,
마치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라도 된 듯이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오면 자신의 집으로 불러 접견을 하면서
청와대 전용 봉황 무늬가 수 놓인 메모지에 뭐라고 끄적여 전해 주는 ..... 그런 상황과 비슷한 겁니다.
아무리 힘이 넘쳐도 공식적으로 자신이 행해서는 안 되는 의전이라는 게 있는데
제 힘만 믿고 날뛰는 것이죠.
三家者 以雍徹
삼가자 이옹철
子曰 相維辟公 天子穆穆 奚取於三家之堂
자왈 상유벽공 천자목목 해취어삼가지당
삼가의 것들이 '옹' 노래로 제사를 마치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 함께 받드는 제후들 덕에 천자께서는 아름다우시구나'라는 노래를 어찌 삼가의 집에서 부르는가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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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나꼼수 같은 방송을 했었다면 참 재미지게 잘 진행했을 것 같습니다.
간악한 무리를 조롱하는 위트와 비아냥이 아주 대단하거든요~
'삼가'는 바로 앞에 등장한 '삼환'씨 세 집안들입니다.
'옹'은 '주송'의 한 편명인데,
천자가 종묘에 올리는 제사를 끝내면 이 '옹편'을 현창하면서 마쳤다고 합니다.
'철'은 '뚫을 철'이잖아요?! 그래서 '끝내다'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대부 나부랭이들 주제에 상위 문화가 아름다운 것은 알아서
천자가 종묘 제사에 쓰는 음악을 가져다 자신들 제사에도 당당히 썼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좀 낯간지러운 것이 그 '옹' 노래의 내용이라는 것이
천자를 보좌하는 제후들을 격려하면서 아득한 천자의 위의를 찬양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공자가 직접 '옹'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삼가의 집안에서 이게 과연 불려도 괜찮은 내용인지를 극단적으로 조롱하고 있는 것이죠.
이는 마치 촛불 집회 때 성난 군중들을 바라보며
이명박 대통령께서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홀로 눈물지으며 아침이슬을 불렀다는 말이나
서민들의 아픔 때문에 가슴이 많이 아프다는 말 등을 툭툭 던지면서
사람 염장을 뒤집는 말짓거리를 고스란히 인내하며 보아 넘겨야 하면서도
이젠 더이상 어이가 없어서 '가카를 찬양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할 수 있습니다.
子曰
자왈
人而不仁 如禮何
인이불인 여례하
人而不仁 如樂何
인이불인 여악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고서도 인하지 못하면 예는 있어서 무엇 할 것이며
사람이고서도 인하지 못하면 음악은 있어서 무엇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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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은 말 그대로 '사람다움'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행할 도리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데
잘 꾸며진 훌륭한 의전 행사나 장중한 클래식한 음악들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참 부끄러울 때가 더러 있습니다.
외국의 수장을 만날 때는 나라의 자존심을 세우며 일국의 대표로서 권위를 지켜 지나치게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신의 공로를 포장하기 위해 작은 경제 협력을 이루어 놓고 그것의 성과를 과장해서 며칠이고 떠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서민들의 아픔을 들을 때는 '나도 해봐서 아는데'를 남발하지 말고 거짓 시늉으로라도 진지하게 들어주었으면 좋겠고
적어도 공직에 있을 때만큼은 땅이나 돈과 같은 작은 재물들을 탐내서 국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 ...
참 볼 때마다 쳐다 보기 부끄러운 대통령인데
그가 움직일 때마다 대통령이라고 수행원이 따라 붙고 전용 비행기가 날고 합니다.
우리 대통령이 나랑 같은 사람이고서도 절대 인하지 못하신대
대통령을 대접하는 각종 예식과 음악들은
도대체 우리 이대통령님께는 언제쯤 소용이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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