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張問 十世可知也
자장문 십세가지야
자장이 물었다
10세 후의 일들을 알 수 있겠습니까?
子曰
자왈
殷因於夏禮 所損益 可知也
은인어하례 소손익 가지야
周因於殷禮 所損益 可知也
주인어은례 소손익 가지야
其或繼周者 雖百世 可知也
기혹계주자 수백세 가지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은나라는 하나라의 예법에서 발전하였으니 덜어낸 것과 더한 것을 알 수 있다.
주나라는 은나라의 예법에서 발전하였으니 덜어낸 것과 더한 것을 알 수 있다.
혹시 주나라를 계속 이어 가는 나라들이 있다면 그들이 비록 백 개의 왕조를 거친 후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보통 '세'는 '30년 일대'를 말하는 뜻으로 통하는데
여기서 '세'는 '한 왕조의 역사'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라가 1세면, 은나라는 2세가 되고, 주나라는 3세가 되는 것이죠.
이토록 장구한 역사의 저 먼 미래의 시간에 대해 문득 .... 자장이 의문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우리 모르시는 게 없는 선생님께.
자장은 앞서 나왔다시피
돈벌이가 되는 학문('자장 학간록'한데 .... )을 하다가 넌지시 공자에게 한소리 들었던 제자입니다.
이번에는 미래 예측술에 대해 질문한 셈인데 ... 아마도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던 제자 같네요 ^^
후대의 주석가들은 이 구절에 대해 자못 진지한 철학적 고민들을 담아 놓았습니다.
후대 왕조가 선대 왕조에게서 '인'한 것은 삼강오륜이라는 인륜의 기본 뿌리인 예라는 것입니다.
또한 '소손익'한 것은 문질과 삼통인데,
문질이란 각각 삼 왕조의 기질을 의미하는 말로 하나라는 '충직'을, 은나라는 '질박함'을, 주나라는 '문예'를 숭상한다는 겁니다.
삼통이란 하나라는 인월을, 은나라는 축월을 주나라는 자월을 건월로 삼아 새해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음력으로 동짓날 12월 30일 다음날(그러니까 구정)이 새해가 되어야 하는데
항상 보면 주역이나 사주명리 공부하시는 분들은 입춘일부터 새해로 삼습니다.
하나라의 풍습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는 것인데
그래서 사주명리학 하시는 분들 중에는 주나라의 월건법인 자통법을 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황하 남방에서 일어난 하나라는 봄을 새해로 시작하는 게 맞고
화려한 청동기 문화를 갖고 있었던 은나라는 약간 더 겨울에 새해를 시작했겠지요.
북방 유목 지역에서 남하한 주나라는 새해의 시작을 농사와 크게 연관지을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각 왕조의 새해 시작이 다른 것입니다.
이처럼 각 사회마다 문화와 풍습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각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사회의 뿌리는 동일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관한 공자의 통찰이
미래를 알고 싶어하던 제자 자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 속에 숨어 있습니다.
공자의 미래 예측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1. 사람이 사는 목적은 모두 똑같다.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2. 단지 시대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만 달라진다.
3. 인간 사회의 공통적인 유산이 잘 지켜진다면 인간들의 행복이 잘 지켜지는 것은 물론 점점 확대될 것이다.
공자의 미래 예측법을 적용해서 우리 역시 다음 정권의 밑그림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아직도 여전히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재협상이든 뭐든 한미FTA 체제에 대해 찬성합니다.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증세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보와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강정 마을 문제를 원칙적으로 해결하지 못합니다.
노동과 인권에 대한 정책들은 상대적으로 부각조차 되지 못합니다.
심각한 것은, 교육을 복지와 헷갈려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엄밀히 말하면 '소손익'이 그다지 없는, 같은 '同世'입니다.
암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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