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노당 NO, 민주노동당 YES
먼저, '민주노동당'은 축약식의 공식 명칭으로 '민노당'을 사용하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민노당'이란 용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치, 지금은 용융되었지만,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이라고 부르면 왠지 비하하는 말처럼 들린다는 문제도 있고,
대중의 지지와 득표를 생명으로 하는 공당은 조금 단어가 길더라도 공식 명칭으로 불러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는 바.
손가락 노동력을 조금만 더 발휘하셔서 '민주노동당'이라고 또박또박 써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다 살짝 하나 끼워 넣겠습니다.
다문화 정책이나 이주 노동자를 비판하시는 분들 중에서 '외노자'란 표현을 즐겨 쓰시는 분들도 계신데 ...
좀 피해 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2.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란 사람의 포지션은 이렇습니다.
제목이 좀 성급한 모양새라서
글쓰는 저에 대해 살짝 오픈하는 것이 예의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학생일 때, 그러니까 남한 사회를 뒤집어 엎어 보겠다고 선배들 따라다니면서 공부하던 시절에,
우리 그룹은 NL과 PD의 중간쯤 되는 그룹이라고 표현해야 좀더 맞을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는 PD에 속하지만,
내부 노선에서는 NK와의 통일이 SK 변혁에 왜 중요한지도 비중있게 학습받았습니다.
배우 김여진 씨도 예전에 학생운동판에서 홀연히 사라지신 후 연극판으로 가셨는데 같은 그룹이었습니다. ^^
경기 남부 지역에서 아주 잠깐(1년 정도) 건설일용노동조합 건설 과정에 사무국장으로 참여했다가
개인적인 밥벌이 문제로 도망 나와, 이삿짐 같은 용역 일을 한동안 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오직 잘 살아 보겠다고 ^^ 이왕이면 이웃들과 같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했습니다.
제 당원 번호가 5000 번 안쪽입니다. ^^
이정도 수준이면 권영길, 단병호 같은 양반들의 반열입니다. ㅋㅋㅋ
민주노동당 창립이 2000년 즈음이었고,
이정희 현 민주노동당 당대표의 민주노동당 가입이 2007년이니까 (찾아보니까 그렇게 나오네요)
그때 당시만 해도 강기갑, 이정희 이런 분들의 네이밍은 듣보잡 수준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02년 대선 때 민주노동당이 진보 히트를 하게 되는데
농담삼아 말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지령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간 정당 운동에 별 관심이 없이 통일 전선체 강화에만 주력하던 주사파를 필두로 한 NL 진영들이
갑자기 대거 민주노동당으로 몰려 들게 됩니다.
이후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고 ............. ( 이 부분은 당분간 삐~~~~ 처리로 놔 두렵니다.)
그에 분개하여 저 같은 사람들은 '죽 써서 개 주었네'라는 말만 씨부리고 탈당을 하기에 이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못난 짓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이 시베리아 벌판보다 더 혹독한 진보의 겨울 위에 '진보신당'입니다.
쪽수는 초라하고 분당에 대해 진보진영 내외에서는 비난이 그치질 않고 ... 뭐, 그해 겨울 그랬습니다.
그래도 내 당이라고 생각해서 당비 열심히 내고,
게시판에 의견 꼬박꼬박 적고
평당원 수준에서 열씨미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분란이 좀 있었고 당이 아닌 당원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서 결국 탈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진보신당을 탈당한 이유는,
이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간에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진보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통합파와 독자파의 결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을 이해해 두시고
이글을 마저 읽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3. 민주노동당은 종북좌빨인가?
모든 말이나 문장은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기 보다는
어떤 발화자가 말했느냐가 더 큰 의미를 판가름합니다.
조주 스님이 '차나 한잔 하지'라고 말하는 것은 사부대중에게 깨달음을 얻으라는 소리지만
별다방 김마담이 말씀하시는 '차나 한잔 하지'는
'그렇게 오랫동안 죽치고 앉아 자리 차지하고 있지 말고 쌍화차나 시켜서 우리 매상에 도움좀 줘~'란 의미겠죠.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이 종북좌빨인가 아닌가란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 직렬로 연결되는 정답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질문했는가에 따라 병렬로 수많은 서로 많은 답변이 존재하게 됩니다.
문제는 병렬로 연결되는 답변의 전압이 서로 다른 관계로 이것들이 서로 통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겠죠.
세상의 다양한 눈들의 간격을 조금씩 좁혀서 스펙트럼을 조금 단순화해 놓고 논의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조선일보가 묻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종북좌빨인가?
원하는 대답은 당연히 YES입니다.
조갑제와 한나라당, 뉴롸이트 떨거지들, 전쟁을 온몸으로 겪었다고 '주장하는' 어버이연합 할배들
이들에게 민주노동당은 종북좌빨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들이 이 질문을 던질 때는 원하는 답변이 이미 정해져 있고, 증거는 충분하며 논의는 불필요합니다.
통합을 거부하는 진보신당 독자파가 묻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종북좌빨인가?
역시 원하는 대답은 당연히 YES입니다.
당내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의 묵살을 경험한 이들에게
당분간 민주노동당은 종북좌빨이어야 할 감정의 골이 충분합니다. 십분 이해됩니다.
저 역시 심정적으로 무척이나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와 진보신당 독자파 사이에 존재하는 나머지 모든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종북좌빨인가?
이들은 아마도 현실의 이유를 들어, 대부분 NO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 박원순이 그렇고
경남지사 김두관이 그렇고
문재인,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이 그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김대중, 노무현 두 전대통령에게 소곤소곤 이야기해 보면 역시 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원의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의 답변은
그래서 항상 '우물쭈물 노코멘트'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원치 않게 이 질문을 던질 때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 정세라는 녀석의 무게감이 그렇게 우리를 압박하는 겁니다.
모든 사람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동일한 현상을 '사적'으로 해석할 권리를 가집니다.
대신에 그러한 '사적 권리'에 대한 양가적 룰로써 '객관적이어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 논의했듯이 '객관성'은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와 병렬 관계로 복잡하게 얼키고 설켜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압을 계속 UP시켜서 전자의 무리를 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드는 것
역사의 흐름이란 것이 있다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 흐름에 맞게 전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억지로 결합한 1.5V 짜리 건전지 몇 개만의 의무는 아닙니다.
유시민이라는 건전지나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건전지, 또 이정희라는 건전지는
어쩌면 얇은 알루미늄박에 쌓인 엉터리 중국산 건전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걱정되어 어떤 분들은
안철수라는 초울트라 로케트 밧데리를 꺼내 와야 한다고 소망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 구관이 명관이라며 민주당 재활용 건전지를 추천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모든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모두는 건전지나 밧데리 자신일 수도 있고
피복 전선 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제 막 깨어나는 전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4. 나는 이제 다시는 정당 활동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또한 저의 매우 사사로운 의견입니다.
진보신당을 탈당하면서 저는 뭐랄까요, 첫사랑을 두번이나 잃어 버린 노총각의 비애 같은 감정일런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다시는 제 인생에서 정당 활동은 없을 것이라 맹세 아닌 맹세를 해 버렸습니다.
하여, 진보신당 탈당파의 모임인 통합연대에도 멀찌감치 거리를 둬 버리게 되더군요.
저는 제 개인의 포지션을 강하게 가지고 있고
때문에 애초에 객관성이란 것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지극히 사사롭죠.
어쩌면 객관성이란, 그런 사사로움들이 모였을 때
서로 충돌하되 서로를 백안시하지 않도록, 그래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도록
말재주 많은 이들이 만들어 낸 공허한 말장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 모두 각자의 사사로움들이 역사의 큰 흐름을 거스르지 않도록
경계하게 만드는 장치로 '객관성'의 존재적 의의를 인정하려고 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때 잘 들어주고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대립각이 선 내 의견을 성급히 내놓기 보다는, 그냥 한번 더 질문하고 싶습니다.
너는 그런 질문을 왜 하는데 ??
파우스트를 읽다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노력하는 자 방황하기 마련이다'
카메룬 속담에 이런 말도 있지요.
'아름다운 질문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아름다운 대답을 얻는다'
나는 더이상 건전지들을 탓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특히나 내가 지지하는 건전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남이 가진 밧데리를 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를 '영혼이 사라진' 영원한 무당파로 돌려 놓고 보니
내 자신은 무척 초라해졌지만,
건전지들이 모두 나름의 아름다움을 가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바라는 게 딱 하나 있다면
저만큼이나 초라한 이 건전지들이 그래도 하나하나 모여들어 직렬을 이루고
더 높은 전압을 형성해 힘차게 전류를 밀어 주는 것 뿐입니다.
이 역사적으로 한없이 초라한 건전지들의 역활이 모두 끝나고 나면
그때 훨씬 강하고 굳센 백만볼트짜리 초울트라수퍼 배터리가 나타나겠죠.
저는 조금 더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렸다가
그때서야 민주노동당의 오류와 유시민의 잘못과 진보신당의 역사적 한계를 싸잡아서 맹비난하고자 합니다.
현 정세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각 정파 세력에 대한 심도있는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나 않을런지 무척 걱정되기에
혹 과하거나 모자라게, 또는 덜 성실하게 표현된 곳은 없었는지
나름 두어번 더 살폈습니다.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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