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비극의시대

12월 3일 광화문

죄송이 2016. 12. 4. 14:40



1. 


한영애 씨는 말합니다. 


" 개개인이 좀더 용감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른다 " 






조율 한번 합시다 !!!!


광장의 주인은 시민 모두입니다.

광장이 한번 열리기 어려워서 그렇지, 열리고 나면

원래 그 광장을 누가 지키고 있었는가 ? 누가 더 희생적이었는가 ? 누가 더 탄압을 많이 받았는가 ? 와 같은 것을 따지는

무용담들은 모두 쓰레기입니다.

광장에 나온 누군가를 향해 입을 다물라고 해서도 안 됩니다.

술취한 아저씨에게도 발언권이 있고, 초등학생에게도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어떤 누구도 광장에서 기득권을 행사하려 해선 안 됩니다.





2.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정책 실행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이명박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명박정부의 실정을 꼬집을 수 있는 것이

참된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의 압도적인 대선 지지율을 생각하면

이명박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각성은 아주 미미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을 온갖 언론이 부추기고

통진당에서도 자행된 노골적인 부정 선거를 통해 - 그럼에도 헌재는 새누리당을 해산하라고 판결하진 않았다 -

대통령 자리를 찬탈한 박근혜정부의 말로가 ... 이리 창대하리라곤 ^^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박근혜의 몰락은 보수든 진보든 ... 어느 누구에게도 준비하지 못한 

성큼 다가온 '미래' 였습니다.

그래서 낯선 것이었죠. 

낯설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상을 뚫어지게 관찰하기 보다는

주로 과거의 기억에 의존해 해석하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3. 


조중동이 나서서 어르신들 TV 보는 시간대에 하루종일 박근혜를 까대고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 운운하며

주말이면 광화문 집회 현장을 생중계해 주는 날이 오리라고, 

6 개월 전에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따지고 보면 박근혜와 조선일보의 '사소한 다툼'이 오늘의 이런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 낸 것인데,

그럼 시민사회 입장에서 조중동의 이런 선회는 마냥 아름다운 것일까 ? 경계심이 듭니다.


박근혜와 일부 똘마니들을 버리는 정도로, 조중동은 언론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새누리에서 다 늙은 친박들 몇을 쳐버리는 정도로, 새로운 보수연합정권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중동은 들고 있는 모든 패를 써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들이 변신을 꾀해야 하는 것은, 결국 시민사회의 성장 덕입니다.


남경필이 좌우 연정을 하자고 하더니, 모병제를 운위하고, 이 정국에서는 갑자기 탈당을 하며 신선도를 올렸습니다.

마약과 엘시티에 연루된 김무성이 스스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어제 끓여 논 국을 아침에 다시 내겠다는 속셈입니다.

조중동으로서는 유승민의 행보가 다소 아쉬울 수 있는데, 유승민은 오히려 느긋하기만 합니다.

니들이 나 아니면 어디서 얼굴마담을 찾을 수 있겠늬 ?! ... 한결 여유로워졌습니다.

반기문은 딱 3 개월 정도만 집중 포화를 가하면 그의 옹졸한 인격과 무능력이 단박에 뽀록날 판이라,

조중동으로서는 영 탐탁치 않은 대안이 됩니다.


조중동과 재벌을 잇는 거대한 커넥션의 셈법은 매우 복잡해져 버렸고, 

아주 여유로운 듯 굴고 있지만 사실은 진작부터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4. 


광활한 사바나에 불이 한번 일어나면, 

모든 초목을 다 태울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 하나가 있겠고

불을 끄기 위해 일정한 경계를 임의로 정하고, 그쪽을 미리 태워 불의 확산을 막는 방법이 또 하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광장의 불을 끄고 싶어하는 부류는 꽤 많을 겁니다.

조중동 못지 않게, 

더민주나 국민의당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자칭 진보세력' 또한

시민들의 지나친 각성은 그들에게도 통제하기 어려운 숙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참여정부에서 맛을 좀 봤다고나 할까요 ? 

정부 정책을 잘 따르지 않는 시민들은 정권에게 럭비공같고 간사하게 여겨집니다.

배고프다고 징징대서 밥을 해결해 주면, 이번엔 휴식할 권리를 더 달라고 우는 꼴이라니 ... 

정권을 잡은 이들은 항상 시민들을 어떻게 솔거노비와 외거노비 사이에 위치시킬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 탄핵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재인은 박근혜의 명예로운 퇴진을 한동안 끝까지 주장했고

추미애는 박근혜 김무성과의 단독 밀실 야합으로, 뭔가 사태를 해결했다는 타이틀을 쥐길 원했습니다.

박지원은 캐스팅보트를 놓지 않기 위해, 그 누구와도, 그리고 그 무엇이라도 거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죠.

JTBC 뉴스룸에 나와, 국민의 7~80 % 가 개헌을 원하고 있다 ! 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들 역시도 아직, 국민을 사육 가능한 ... 개돼지로 보는 시각에 있어서는 

조중동이나 삼성 현대와 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5. 


박근혜를 청와대에 유폐하고 연일 불을 지르라고 부추기는 이유는, 

박근혜가 다 타서 재가 되고 나면, 광장의 불도 적당히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꺼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에 박근혜를 발가벗겨 광화문 네거리에 효수함으로써, 

성난 대중에게 적당한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는 시나리오의 집필을 마치면서

극적 구성을 위해, 박근혜라는 괴물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입니다.


움츠러들었던 대중을 광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초기의 박근혜는 뽕이나 쳐 맞는 무식한 년으로 희화화됐지만

어느 국면 이후 부터는 감춰졌던 본색을 드러내는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어,

매우 표독스럽고, 온전히 철저하며, 완강히 저항하는 ... 온갖 음모와 계책의 화신으로 거듭나야 했습니다.


나는 박근혜의 3 차 담화문이 정확히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고 아직도 확신합니다.


1) 나는 사법처리되는 것이 매우 두려워요.

2) 대통령직을 사임할테니, 제 임기를 줄이건 당장 내일 퇴임 날짜를 정하건 제발 법정에 서는 것만은 안 돼요.


박근혜는 계엄령을 내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친숙한 대로 ... 군부의 쿠데타가 일어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수방사에 전화해서 출동율은 어때요 ? 확인도 하고 그랬겠죠.


지금 여와 야의 모든 정치인, 대통령과 검찰, 심지어 언론들까지도

이 어리둥절한 정국에서는 모두 과거의 기억대로만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조중동과 재벌에게 평생 꼭두각시로 놀아나다가

자신에게 힘이 있는 줄 알고 잘못 힘을 놀린 댓가로 청와대에 유폐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에게서

지난날 사라진 수많은 꼭두각시 권력자들의 모습을 반복해서 봅니다.

그리고 일말의 연민 같은 것도 느낍니다. 


박사모 게시판을 가 보세요.

그들에게 박근혜는 부당한 탄압을 받는 순교자입니다. 






6.


사바나의 불은 매우 뜨겁고 공포스럽습니다.

지옥의 문이 열린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죠. 그래서 누구나 자제하고 물러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주기적으로 태워져야만, 

생명이 다한 것들이 사라지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불길을 이용해, 대지에 숨어 있던 온갖 수많은 씨앗들이 터져나와 발아를 시작합니다. 

불로 태워지지 않는 사바나는 생명이 없는 사막일 뿐입니다. 


광장에 횃불이 등장하면,

과거의 습관처럼 우리 스스로 폭력과 혼돈을 떠올립니다. 오랜 학습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순간 움찔하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나게 되죠. 


시민들이 스스로에게 내재한 힘을 완벽히 각성할 때까지 광장은 비폭력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의 자위권을 발동한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여야 정치인들과 언론이 시민들의 요구 사항에 협조할 때까지는 광장은 평온할 겁니다. 


피아간에 기울기가 어느정도 드러난 패는 별로 무섭지 않습니다.

이번 판을 포기하고 다음 판을 준비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조중동과 친박이 올인한 이번 판에서, 얘네들로서는 잃기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광장에 시민이 나날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어제의 논조를 갑자기 바꾸어 

이제 그만 !!! 이라고 외칠 절묘한 타임을 잡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광장에 그 수많은 대중이 운집했는데도 쓰레기 하나 없고, 

이것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차 마시고 담소 나누고, 무한정 걷고 ... 

집에 갈 때는 당당하게 손팻말을 들고 지하철을 휘젓고 다닙니다.

이게 골치아픈 겁니다.


왜 갑자기 대중들이 용감해졌을까 ?!!! 

조중동에게 대중들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외계인의 침공입니다. ㅋㅎ





7.


9 일 이후가 되면, 이제 

탄핵이 부결되느냐, 가결되어 곧바로 대통령 직무 정지가 시작되느냐 ... 일차 판가름이 날 겁니다.


병을 고치는 의사 중에는 물론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의학적 견해에 따라,

지금 체력이 허약하니 먼저 몸을 보충해 놓고 질병을 고치자는 부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멋진 말로 '선보후사'라고 하겠죠.


하지만 환자로 하여금 병상에 오래 누워있게 만들고 

환자의 가족들로 하여금 이런 저런 명목으로 치료비를 막대하게 쓰게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대부분의 의사는, 양심이나 그가 믿는 의학적 진실에 근거하기 보다는

병원의 이익을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질의는 오래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독이 보이면, 깨서 사하시키면 그만입니다. 


그 나머지를 보완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종복들의 역할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적 제도를 손 볼 것인가 ? 

그건 정치권이 알아서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결재 서류를 올리면 됩니다. 

그리고 다수의 의결을 통해

결재 도장을 받아 가는 쪽이 또 몇 년 간 나라를 운영할 위임 권한을 얻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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