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은 아주 오래된 주제입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이미 화두에 한번 올랐었는데
흔히 낮은 말로 '노빠'라고 표현하는 노무현 지지자들의 변호에 따르면,
노무현 정권 때 진행한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은
연금 수준을 낮추는 대신
공무원의 월급과 퇴직금을 일반 대기업 수준으로 올려서 형평성을 맞추려는 것 ... 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다소 다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노무현 정권은 실제론 삼성연구소의 시다바리에 가까웠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삼성을 못 건드린 것이 아니라
이회창을 버리고 노무현을 선택한 것이 삼성을 비롯한 자본이었단 해석이 오히려 'fact'에 가깝달 수 있죠.
2.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의 포커스는 결국 국민연금 수준에 맞추는 것입니다.
'개혁'의 방향성은 단 하나입니다.
국민연금이든 공무원 연금이든 노후 보장 수준을 40 % 수준으로 맞추는 것입니다.
가뭄에 해갈되지 않는 양, 결국 공적 연금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은
'사적 연금'으로 채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삼성을 비롯한 자본은 ...
지금까지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여, 다각도의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먼저, 선거철에 떠들어대는 복지 증강과는 정반대로
재정 부담을 핑계로 국민 연금의 보장 수준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켜 왔습니다.
그 다음, 500 인 이상 기업에서는 의무적으로 퇴직 연금에 가입하도록 입법 시행하였습니다.
국민 연금이 형편없이 몰락했으니, 사적 연금을 입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공적 연금의 남은 부분인, 공무원 군인 연금도 손을 보겠다는 것입니다.
3. 매일 종합 뉴스를 채우는 공무원 비리, 군인, 공기업 적폐
이를 위해, 여론이 공무원 연금 보장에 등을 돌릴 수 있도록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썩었는지
군바리들이 얼마나 밥값도 못 하는 인간들인지
해경이고, 군인이고, 공무원이고 ... '적폐' 니 뭐니 하면서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해경의 늑장 대응으로 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참사가 터진 것도 사실이거니와,
경찰 군인 들을 비롯한 공기업 직원, 일반 공무원들까지 온갖 비리로 점철돼 있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만 ...
어쨌든 이런 보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도 '요상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뉴스는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공무원 군인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여론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겁니다.
게다가 국민 연금도 파탄난 마당에 공무원 연금만 그나마 수준 높게 보장돼 있는 것을
가뜩이나 배아픈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일종의 '통쾌함'과 '고소함'도 나눠 줄 수 있습니다.
마치, 중세에 광장에서 마녀를 불태우면서
농노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카니발을 정기적으로 벌이는 것과 같은 통치 방식이랄 수 있습니다.
4. 공무원 연금 개혁의 주체는 바로 '연금 학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도 비슷한 공무원 연금 개혁 진행 과정에서
당, 정, 청 모두 조심스런 가운데, 가장 용감한 주체가 있습니다.
바로 '연금 학회'라는 곳입니다.
2011년 설립된 한국연금학회는 기관회원으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금융투자협회, 대우증권 주식회사, 동양증권(주),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사단법인 생명보험협회, 사단법인 손해보험협회,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삼성화재,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자산운용,
외환은행, 지아보험컨설팅(주), 한화생명보험(주), 트러스트자산운용(주), 한국투자증권, 보험연구원 같은
민간 기관 및 민간연구소를 두고 있다.
결국 공무원 연금을 쪼개고 난 후 이득을 얻게 될 단체들이
지금 공무원 연금 개혁을 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저 속에 삼성의 이름이 보이는군요.
5. 공적 연금이 무너진 자리엔 사적 연금이, 그리고 연금 개혁은 결국 의료 민영화로 ...
앞으로 진행될 드라이브는 너무나 뻔합니다.
정부의 말대로 정말 국가재정이 안 좋아서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면
현 정부가 진행하는 부동산 부양을 위한 돈풀기 정책은 아귀가 안 맞습니다.
부동산 부양 정책은 생산과 직결되지 않고 복지를 담보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 연금에 이어, 공무원 연금 마저 깨지고 나면
전 사회는 사적 보험에 목을 맬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노후를 위한 아무런 보장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앞다퉈 사적 연금에 기대게 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퇴직 연금으로 대표되는 사적 연금은 그 어느 것도
물가인상률이나, 원금보장과 같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갖추지 않는 방식으로 정착될 겁니다.
투기성을 더욱 조장해서 공격적 투자를 통해 내 퇴직금이 몇 배나 늘어날 것이란 환상을 심어주겠지만
결국 결론은 ... 퇴직 후 반토막난 빈 깡통 계좌를 받아드는 비극으로 마무리 될 겁니다.
6. 손석희의 jtbc 9 시 뉴스가 오늘 다뤘어야 할 뉴스는 ... ...
' 21 세기의 자본 '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오늘 한국에 와서 강연회를 했습니다.
피케티는, 자본 수익률이 노동 수익률을 압도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이 지난 20 년동안 더욱 심해지고 있고
따라서 강력한 누진세를 통해 부의 재편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입니다.
피케티는 맑스 경제학자가 아닌데도 이런 논지를 폅니다.
그런데 이 피케티의 저서를 번역하고, 강연을 주최한 곳이 바로
한국의 대표적인 자본의 딸랑이 언론인 '매경'입니다. ㅋㅎㅎㅎ
jtbc 9 시 뉴스에서 피케티 강연을 다루면서 나온 끝맺음 멘트는
한국 사회에도 이런 주장을 적용할 수 있냐에 관한 의문 제기였습니다.
마치 공정한 보도인 양 이런 반론도 있다는 식으로 소개하긴 했지만, 오늘자 jtbc 뉴스가 방점을 찍은 핵심은
피케티 논리는 먹고 살기 좋은 유럽에서나 적용하시고,
아직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엔 시기 상조 !!!! 였습니다.
사람들은 mbc 나 kbs 뉴스보다 jtbc 뉴스가 더욱 진실에 가까운 보도를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개처럼 나불대는 엠빙신이나 캐병신은 사람들을 속이기 힘든 반면에
손석희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
이제 삼성과 결별하는 듯 이미지 변신을 과감히 보이는 중앙일보에
사람들은 무기력하게 속아 넘어갑니다.
오늘 jtbc 뉴스가 세월호 보도 보다도
그리고 피케이 강연회 소식보다도
문희상 특집보다고 더더욱 .............. 중요하게 다뤘어야 할 뉴스는 바로,
공무원 연금 개혁의 숨은 주체는 누구이고
그들은 왜 공무원 연금마저 하향 개혁하려고 하는가 ... 에 관한 심층 취재였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연금 개혁의 진정 올바른 방향은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라는 '대안 제시'여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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