宰予 晝寢 재여 주침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杇也 於予與何誅
자왈 후목불가조야 분토지장불가오야 어여여하주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 而信其行 자왈 시오어인야 청기언 이신기행
今吾於人也 聽其言 而觀其行 금오어인야 청기언 이관기행
於予與 改是 어여여 개시
재여가 한낮이 다 되도록 늦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말씀하시길,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새길 수 없고 무너진 흙담장에는 무늬를 넣을 수 없으니 재여에게는 무엇을 꾸짖을 수가 없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걸 들으면 그가 그걸 행동에 옮길 것이라 믿었는데
지금은 내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면 그가 꼭 그렇게 행동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재여 덕분에 이렇게 고치게 되었구나
........................................................
대스승인 공자도 아쉬운 부분에 대해선 뒤끝이 좀 많은 사람이었던 건 사실이었나 봅니다 ^^
재여가 아주 살벌한 꾸짖음을 선생님께 당하는 대목입니다.
'후목'은 오랫동안 비를 맞고 습에 젖어서 썩어버린 목재로
이런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습니다.
조각이란 것은 나무의 재질을 살리면서 아름다운 무늬를 더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인데
원 바탕이 지나치게 좋지 못하면 천하의 명장이라 하더라도 칼조차 댈 수 없을 것입니다.
'분토'는 '썩은 흙'이란 뜻인데, 돼지나 소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와 섞인 축축한 흙은 연상하시면 될 겁니다.
예전에는 건물을 지을 때 흙을 벽돌로 말려 쌓아 올려서 작업했는데
분토로 지은 담장은 햇볕에 아무리 잘 말려도 좋은 황토로 지은 담장처럼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 무너지게 됩니다.
'杇 오'란 벽돌을 쌓고 나서 회칠을 할 때 쓰는 '미장용 도구'를 뜻하는데 보통 '흙손'이라고 부릅니다.
집을 짓고 나면 벽이나 담장에 회칠을 전체적으로 덮고 나서 회가 마르기 전에 간단한 무늬들을 넣는데
지금도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고궁 건물에 가면 담벽에 새겨진 여러 문양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견고하지 못한 벽돌로 만든 담벽에는 이런 미장 작업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 원문의 '자왈'은
원래 한 문장이었던 것을 두 부분으로 각각 나뉘어 기재했다가 합치면서 중복된 문구라
여기서는 지우기로 합니다.
선생님의 뒤끝이 그 다음 문장에서도 그대로 작렬하고 있습니다.
내가 저 녀석을 제자로 들인 다음부터는 사람의 말을 그대로 신용하지 못하고
행동으로써 말을 지키는지 꼭 확인하게 되었다, 이게 다 저놈 탓이다 ... 라고
두번 세번 꼭꼭 눌러서 책망하고 있습니다.
재여 보고는 아주 죽으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인간 유형은 겪어 보면 얼마나 얄미운지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 말을 하고 저기서는 저 말을 하면서
온갖 생색은 다 내지만 실제로 자신이 손톱만큼도 노력해서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그가 그런 행동 양식을 학습하게 되었는지 알 도리는 없지만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일하거나 곁에 있기도 싫은 사람들의 여러 유형 중 하나가
남의 일에 온갖 참견 다 하면서 말만 화려하게 해 대는 사람입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그를 싫어하지만
그 스스로는 자신이 그 모든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들 모두 보다 높은 경지에 서 있어서
내가 하나하나 지적해 주고 가르치며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게 그들의 삶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자신은 당장 자기 앞에 닥친 최소한의 할 일들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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