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리인 11 / 어떤 정치인을 뽑을 것인가

죄송이 2012. 6. 1. 00:47

子曰

자왈 

君子懷德 小人懷土

군자회덕 소인회토

君子懷刑 小人懷惠

군자회형 소인회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가슴에 덕을 품고 살고 소인은 가슴에 땅을 품고 산다

군자는 가슴에 형(법)을 품고 살고 소인은 가슴에 은혜만 품고 산다

 

 

.............................................

 

 

공자님의 지혜는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어찌 2천년 후,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정치 모리배들이 나타날 줄을 아시고 미리 말씀해 두셨을까요?!

 

어느 정권에선가^^ 인사 청문회에 나온 대상자가

'나는 너무 땅을 사랑해서 땅투기를 하게 되었다'고 변명하던 장면이 기억나시나요?

또한 우리의 가카께서도 도곡동 땅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셔서 '정치적인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셨습니다.

역대 정권의 실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떨거지들마저

아파트 투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위장 전입을 안 한 자들이 없고

금강산댐부터 시작해서 사대강이다 간척사업이다 각종 토목사업에 개발사업들로, 전국가적인 사업을 일으켜

땅을 지나치리만큼 사랑하지 않은 자들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땅 사랑'은 실로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정치인들 마음 속에 '덕'은 품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땅'만큼은 다 버리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세계가 '상부의 이데올로기 구조'와 '하부의 물적 토대'로 이루어진 결합물이라고 꽤 그럴듯한 분석을 시도해 본다면

상부구조를 지탱하는 가장 주요한 도구 중 하나는 역시 '법'입니다.

근대 이전까지의 모든 법은 사실 백성을 잘 살게 하거나 억울함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통치 체계를 뒤흔드는 모든 시도와 기능들을 '범죄'로 규정하고

그것들에 대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처벌하거나 사후에 가혹한 형벌이 뒤따르곤 했죠.

삼대를 멸한다거나 사약을 먹여 죽이고 마소가 끌게 해서 찢어 죽였습니다.

목을 베기도 하고 전차로 갈아 죽이기도 했죠.

죄를 인정하기 전까지 모진 고문을 가해 '양심의 고백'을 받아내고서야 육체의 고통을 면해 주기도 했습니다.

 

소인들이 생각하는 정치란 이런 옹졸한 모습입니다.

끊임없이 백성들을 억압하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무리의 목소리를 누르기 위해

걸핏하면 법을 들고 나옵니다.

'무슨무슨 보호법'이 아니라

'무슨무슨 처벌법'이란 이름으로 말입니다.

 

그것에 아무리 외형을 덧씌워 '애국법'이니 '국가보안법'이니 포장을 해 대지만

본질적으로 '무슨무슨 보호법'의 실질이 없으면

그 모든 법들은 백성을 억압하기 위한 '딸딸이용 법'일 뿐입니다.

 

 

 

 

문제는 우리 공자님께서, 본문에 분명히

'소인회형'이라 하지 않고 '군자회형'이라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여기서 '형'은 곧 '법'이 맞습니다.

주희가 주석을 달길, '회형'은 '畏法 - 법을 두려워하는 것이다'이라고 풀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의 귀족들은 나라의 엄연한 법마저 지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법조문이 있어도 그때 그때의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공통의 약속을 위배하고

도적질하고 강간하고 남의 것을 빼앗고 맘에 안 든다고 칼부림하고 했던 것이죠.

요새 말로 딱 '양아치짓'들을 서슴없이 자행했던 것입니다.

 

'법'은 사회적 안전장치입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했다는 믿음 하에서 우리는 법체계를 존중합니다.

그리고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공통 상식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 법을 만드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입법부의 국회의원들입니다.

이 사회의 공통 상식을 만드는 아주아주 중요한 사람들이죠.

우리가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그 국회의원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공기와 물과 같은 법을 만들고 고치고 없애죠.

 

따라서 공자가 말한 '군자회형'이란 국회의원들의 엄정한 입법정신을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글이 좀 길어지는데 마지막으로 '소인회혜'에 대해서만 짧게 정리해 보도록 하지요.

'惠 혜'는 '은혜'라는 뜻이고 그래서 '남으로부터 은혜를 받다', '시혜'라는 뜻을 가집니다.

그러나 본디 은혜라는 것은 정당한 댓가라기 보다는

그저 재수좋게 돈 많은 녀석이 뿌려대는 돈다발을 우연히 주워 들은 것에 가깝습니다.

 

자존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복권을 사는 빈도수가 높아지고

자존감이 없는 국민일수록 대통령 국회의원을 하늘처럼 모시며 '이 모든 것이 각하의 은혜'라는 말을 남발하죠.

정치는 도박이 아닌데 많은 사람들은 도박 정도로 생각합니다.

잭팟을 터뜨려서 대통령 국회의원 잘 뽑으면 그날로 대한민국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안타깝지만 그런 일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 뿌려대는 복지 정책 '공약'에 내심 환호하기 전에

그 복지 정책을 떠받치기 위해 우리가 더 충당해야 하는 세금에 대해 각오해야만 합니다.

부자들이 더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도 더 내야 합니다.

더 내는 만큼 더 돌려받겠지만 복지 사회에 필요한 우리의 성실함은 당연한 것입니다.

 

주가를 올려 주겠다, 국민소득을 올려 주겠다 ... 듣기엔 참 좋은 소리지만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말이 없다면 의심해 봐야 합니다.

기름값을 안정시켜 주겠다, 집값을 떨어트려 주겠다 ... 참 반가운 소리지만

혹시 우리의 세금을 모아서 재벌들 아가리에 쳐 넣을 때 너희들에게도 떡고물이 돌아갈테니

조용히 지지해 달라는 소리는 아닌지 뒤집어 봐야 합니다.

 

은혜만 바라다 평생 거지로 살기 딱 좋은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