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리인 9 / 가난하다고 도를 이야기하지 못할까보냐

죄송이 2012. 5. 31. 23:50

 

 

子曰 士 志於道 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자왈 사 지어도 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도

거친 옷과 음식을 부끄러워한다면

함께 일을 도모하기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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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불편한 것이지만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옷과 음식, 그리고 주거는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들'이 풍족하다고 해서 '내'가 덩달아 풍족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60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똥과

13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똥은 모두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다만, 우리는 늘 착각을 하는 것 뿐이지요.

서울대 교수의 연봉이 1억인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철도 노동자의 연봉이 1억이라면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덧씌워야 속이 시원해집니다.

 

 

 

 

성철 스님은 행자가 쌀 씼다가 우물가에 흘린 쌀톨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 먹고도

도에 목말라하는 대중을 향해 그런 벼락같은 말씀을 하셨고

노회찬 의원은 토론회 때에만 입고 나가는 양복이 단 한 벌 밖에 없어도

논리와 상식으로 이 나라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훌륭히 설파했습니다.

 

가난은 우리같은 범인들에게는 수치스러운 모습이라 여겨져 감추기 급급한 것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올바르게 살아 온 자긍심의 표현이자 양심의 바로미터일 수도 있습니다.

꼭 바라지 않고도 성실히 살다보니 부가 쌓인 것이 죄는 아닌 것처럼

태어나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 왔는데도 가난한 것은 마찬가지로 잘못이 아닙니다.

 

 

 

 

입으로는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과 교육, 복지 정책의 미개성을 성토하면서도

그래서 선거철마다 카페로 몰려 다니며 이명박과 박근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욕하면서도

속으로는 주변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와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값이 떨어질까 걱정하고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가 평준화돼서 나중에 조금이라도 높은 서열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할까 근심하고 있다면

군자인 양 도를 이야기하면서도 거친 옷과 음식을 수치스러워 하는 모습과 똑같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 총선에서 안타깝게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나선 김순자 씨의 동영상은

두고두고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여의도에 입성하는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