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비극의시대

육식(肉食)

죄송이 2010. 7. 21. 00:31

 

 

1.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과일을 먹지 않는 이가 있다. (그는 물론 고기도 먹지 않는다.)

과일은 나무의 정자와 난자가 맺은 수정의 결과라고 생각해서 그는 잎이나 줄기 뿌리만 먹는다.

그가 가장 혐오하는 음식은 계란이다. 닭의 난자.

 

 

2. 자고(自古)로 군자(君子)는 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다.

살생이 인간의 본성인 인(仁)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나이 예순이 넘으면 고기 반찬 없이는 곡기를 보충하기 어려우므로

다만,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고기를 구입할 뿐이다.

때문에 군자는 푸줏간에서 멀리 떨어져 산다.

 

 

3. 공자(孔子)는 제자들에게 항상 군자의 덕을 가르쳤다. 그가 이끈 집단을 유(儒)라고 한다.

춘추 시대 중국 한족 권역의 서방에는 갈, 저, 강 족과 같은 이민족들이 살았다.

한족은 그들을 같은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그래서 ... 잡아다 ... 먹었다.

오래 먹기 위해 각종 저장 음식이 발달했는데 육젓(肉醬)이 많았던 모양이다.

공자는 많은 제자를 품안에서 키워낸 훌륭하고 인자한 교육자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했던 제자는 단연 안회와 자로였다.

자로가 인의를 지키기 위해 죽을 것을 뻔히 알고 전쟁에 참전해서 장렬히 전사했을 때

이 소식을 전해들은 늙은 공자는 갑자기 식욕을 잃고 집안에 있는 모든 육장을 갖다 버리게 했다.

인류의 대스승에게도 각성은 그런 방식으로 찾아 오나 보다.

 

 

4. 개와 소를 먹는다는 것, 닭을 먹는다는 것, 고래를 먹는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식도락의 극치이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에게는

사실 이런 행위들이 '각성'되지 않는, 그저 무덤덤한 삶을 이어나가는 일상일 뿐이다.

 

 

5. '인권'은 끊임없이 발전, 확대해 가는 개념이다.

이민족이라 하더라도 같은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 인식하고 난 이후에야 잡아먹지 않게 되었고

굴뚝 청소부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일랜드의 아이를 사다가 영국 공장의 굴뚝 속에 더이상 집어넣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인권 개념이 그래도 꾸준히 발전해 준 덕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다이아몬드 때문에 반군들이 정부를 지지하는 마을로 난입해 이유불문 주민들의 손목을 칼로 자른다.

'투표를 잘못했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란다.

우리가 그들을 보면 미친놈들이지만 먼 미래의 후세들이 보면 우리를 미친놈이라고 부를만한 짓들을

우리도 지금 퍽도 저질러 대고 있다.

삼성 공장에서 소리도 없이 죽어간 암 환자들을 보라.

 

 

6. 사람을 때리는 행위는 범죄다. 이유를 불문하고 범죄다.

형사가 범인의 자백을 받기 위해 고문하는 행위는 그것이 다른 사회 구성원의 평화를 보장해준다 하더라도

수단이 잘못 되었으므로 위법이고 따라서 범죄다.

그동안 성숙해 온 인권에 반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시민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일부는 삼청교육대에 찬성하지만 말이다.

기성 세대가 젊거나 변화를 요구하는 세대에게 가장 쉽게 꺼내드는 카드가 바로 폭력이다.

논쟁을 벌이다 설득이 되지 않으면 따귀를 갈기거나 멱살을 잡는다.

한국사회에선 아직 일상이다.

 

 

7. 안타깝게도 우리의 교실에서는 이런 현상이 좀더 중첩되고 밀집되어 강화된 형태로 발생한다.

자기 아들을 1등으로만 만들어 준다면 당장 치마를 올리고 팬티라도 내릴 기세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우리 아이들'이라고 쓰지만, '덜 성숙했다'고 읽는, 교사들이 

서로 배가 맞아서, 연일 범죄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8. 항상 어떤 사회문제든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하는 대안은 다를 수 있다.

물론 '사회 문제'로 정의되려면, 그것이 사회 구성원 다수가 '문제가 있다'는 고민의식을 가진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의 심각성은 ...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대다수가 문제 삼는 건 오히려 전혀 엉뚱한 것들일 때가 많다.

교복 치마가 짧다든지,

머리에 염색을 했다든지,

담배를 핀다든지 ... ...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왜 이렇게 제한받고 살아야 할 것들이 많은 것인지 ... ...

 

 

9. 나는 매번 투표 때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투표권을 뺏고 싶은 7,80대 노인들보다

10대 청소년들이 훨씬 더 사회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 7,80대의 가치를 답습한 4,50대들이

'사랑' '교육' '친부모처럼' '성공' 이란 말들로 포장한 채 10대를 두들겨 패고 있다.

그들은

가장 저급한 방식으로

2010년, 이제부터라도 준비해야 할 한국 교육 미래의 발목을 단단히 움켜 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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