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술이 23 / 군자필유항심
子曰 聖人吾不得而見之矣 得見君子者斯可矣
자왈 성인오부득이견지의 득견군자자사가의
子曰善人吾不得而見之矣 得見有恒者斯可矣
자왈선인오부득이견지의 득견유항자사가의
亡而爲有 虛而爲盈 約而爲泰 難乎有恒矣
무이위유 허이위영 약이위태 난호유항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성인을 내가 볼 수는 없겠지만 군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고
선인을 내가 볼 수는 없겠지만 항상됨을 가진 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없어도 있는 척 할 수 있고, 빈 것도 가득 찬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쪼그라든 것도 부푼 것처럼 과장할 수 있지만, 항상 꾸준히 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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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생각하는 '성인'이나 '선인'이라 일컬을 수 있는 인물은 존재 자체가 매우 드뭅니다.
살아 생전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일 것이란 점을 공자는 직감합니다.
그 말의 이면에는 인간이란 존재가 가지는 한계에 대한 인식이 내재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도 완벽한 선인도 없는 현실에서
그나마 노력하는 군자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완벽한 도덕성 자체에 대한 바람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즉 지향성 자체에 대한 신념 때문이기도 합니다.
군자가 덕을 더 많이 닦으면 성인이 되고
항상됨을 가진 이가 더 노력하면 더 높은 단계인 선인이 된다는 식으로
공자는 사람에게서 층차를 설정하지 않습니다.
공자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성인을 닮아 가려는 군자와 그 길을 애초에 포기하고 사는 소인들 딱 두 종류 뿐입니다.
맹자에 따르면,
' 군자는 항산(恒産)이 없어도 항심(恒心)을 가질 수 있지만 소인은 항산이 없으면 항심을 가지기 힘들다 ' 고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착하다'고 말할 때는
그의 착한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그 행동을 하게 된 마음가짐이 착했느냐를 가지고 말하는 겁니다.
박근혜가 복지, 복지 이야기합니다만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선뜻 믿지 못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박근혜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하는 말조차도 당장 그의 진심에서 나온 것인지 믿기가 힘든 판이니
그의 행동은 더욱 믿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혹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다가 박근혜의 최근 행보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새롭게 지지한 사람들이 더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박근혜가 무언가 있고(有) 머릿속이 꽉 차 있고(盈) 포부가 큰 (泰)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진실로 오래도록 지지하고 싶다면 그가 항심(恒心)이 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누가 고민없이 사는지
누가 말을 자주 바꾸는지
누가 이미 내뱉은 약속을 이리저리 변명을 대며 실행하지 않는지 ...
이것들이야말로 정치적 리더들에게 가장 엄중히 들이대야 할 잣대가 아닐런지요?!
단 한번도 실수 하지 않고 항상 옳은 일만 하는 사람을 우리는 원하지 않습니다.
설혹 언술이나 행동에서 실수나 한계가 보이더라도
그가 자신의 잘못을 끊임없이 고쳐 나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해 나아가려는 항상된 모습을 견지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리더'라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르고 따듯한 자리만을 굳건히 지키며
소통을 단절로 막고 대화를 고집으로 변위시키는 사람을 두고서
'항심'을 가진 이라고 우리는 절대 말하지는 않습니다.
성인이나 선인이 통치하는 세상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항심을 가지고 묵묵히 전진하는 군자들의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