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술이 17 /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

죄송이 2012. 7. 9. 00:11

 

 

葉公問孔子於子路 子路不對 섭공문공자어자로 자로불대

子曰 如奚不曰 자왈 여해불왈

其爲人也 發憤忘食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

기위인야 발분망식낙이망우 부지노지장지운이

 

 

섭공이 자로에게 공자에 대해 물었다. 자로가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나중에 말씀하시길, 왜 너는 이렇게 답해 주지 못했니?

그 사람됨이 공부가 막히는 부분에서 밥 먹는 것도 잊고 공부의 즐거움으로 생활의 근심조차 잊으며 늙음이 다가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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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 葉'은 나뭇잎이라는 뜻이지만, 지명이나 인명으로 읽을 때는 '섭'이라고 읽습니다.

한두 해 전인가요? 홍콩 무협 영화 '葉問'이 개봉했었는데

'섭문'이라고 읽는 것이 한국의 독음 환경에 보다 적절하다 할 수 있습니다.

 

'섭공'은 초나라 '섭현'의 지방 장관이었습니다.

자로의 생각에 섭공이란 인물이 상대할 가치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고

실제로 자로조차도 스승의 모습을 뭐라고 묘사할 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섭공의 질문에 자로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합니다.

 

나중에 이 말을 전해 들은 공자는,

섭공의 질문에 답했다기 보다는 제자의 의문에 스스로 답변을 내놓습니다.

 

 

 

 

 

공자는 스스로를 '배우는 이' 혹은 '배움을 좋아하는 이'로 규정하길 좋아했습니다.

이 구절에 쓰인 문장은 모두 그와 관련해서 푸는 것이 적절합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곧 풀릴 것 같으면서도 영 해답이 구해지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부분을 돌파하기 위해 공부하는 이들은 초집중을 하게 되고,

그 때는 먹는 것, 자는 것, 싸는 것과 같은 가장 기초적인 생리 현상들 마저도 등한시하게 되죠.

 

왕희지라는 명필은 하루 종일 글 쓰기 연습을 하다 보면 밥 먹는 것도 잊어서

자신도 모르게 붓을 입에 넣고 먹물을 빨아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공자도 곧잘 그랬던 모양입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집안 쌀독에 쌀톨이 떨어졌는지도 몰랐던 모양이었겠죠.

겨울에 홑바지를 입고 있어도 추운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어려서 공부를 열심히 배우고

나이 먹어 사람 구실을 시작하여

적절히 부귀 공명을 쌓고 배 두들기며 편히 사는 삶을 지향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공부'에 대해 두 가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 공부는 힘든 것이라 재미가 없다.

- 공부는 젊어서 하는 것이고 나이가 들고 나면 더 배울 게 없다.

 

저의 아버지는 지금 여든 셋의 나이신데도 책상에 앉아 안경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시력은 떨어지고 오래 앉아 있을 체력도 소진돼 가시지만

여전히 공부만큼 재밌는 것은 없다고 늘 말씀하십니다.

 

 

 

 

 

공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공부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 버립니다.

 

공부란 배고픔이나 근심도 잊게 할 만큼 재미난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재밌으면 내가 벌써 이 나이가 되었나 싶을 만큼인데도

여전히 나를 책상 앞으로, 사람들에게로, 세계로

배우고 또 배우라고 끌고 나온다.

 

단 한가지 슬픈 것이 있다면,

이제 늙어 죽어 더 이상 배우지 못할까 ... 그 근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