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술이 14 / 뜬구름 잡는 이야기

죄송이 2012. 7. 5. 22:44

 

子曰 飯疎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자왈 반소식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물밥 먹고 맹물을 마시며 팔 괴고 누워도 즐거움은 그 속에도 있을 터이니

옳지 못한데도 부귀한 것은 내게는 그저 뜬구름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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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은 '먹는다'는 뜻이고

'소'는 '거리가 있다' '친하지 않다' '가깝지 않다' '기준에서 멀다' '드물다'의 의미이므로

'소식'은 일반 사람이 먹는 수준에서도 한참 떨어지는 거친 식사란 의미가 됩니다.

식사가 기름지면 술이나 차를 같이 해서 지방질의 분해를 돕고 풍미를 더하겠지만

곡기는 커녕 거친 나물밥이나 겨우 먹을 수 있는 상황에 맹물이나 같이 마실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생활의 궁핍상이 그 자체로 결코 즐거운 것일 리 만무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도 즐거움은 항상 내재해 있다고 하는 것은

나의 마음 속에 간직한 즐거움이 생활의 궁핍함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남의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뺏어 먹고도 맘 편하게 배 두드리며 사는 사람도 이 세상엔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남의 것을 빼앗아 자리가 높아지고 배가 불러도 마음 한구석은 얄궂게도 죄스러움이 남는 새가슴들입니다.

공자님은 전형적인 새가슴입니다.

 

내것이 아닌데 꿰어 차고 있으면 그것이 '부'이든 '귀'이든 불편하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허망함을 이루 말로 다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성실히 일 해서 집 장만하고 자식들 키우고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건 나쁜 일이 아닙니다.

성실히 일 하지 않았는데도 주어진 것들은 쉽게 빠져 나갑니다.

로또나 도박으로 갑자기 거액을 손에 쥐게 되면 그날로부터 행복 끝 불행 시작이 되는 경우들을 종종 듣게 됩니다.

모두다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렇게 생긴 공돈을 적절히 잘 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더 안 좋은 경우는, 점잖게 합법적인 테두리 속에서 남의 피를 빨아 거대한 부를 챙기고 사는 사람들이 두 다리 쭉 뻗고 살아간다는 것이죠.

남 얘기를 하다 보니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공자님은 스스로 새가슴임을 실토합니다.

' 난 그렇게 얻은 부귀는 영 불편하더구나 ~ ' 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공자님은 언제 배 터져 죽을 만큼 돈 벌어 보기나 했슈 ?!

아니면, 하늘 아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올라가 본 적이라두 있슈 ?! 라고 말입니다.

 

 

 

 

 

구청에서 발간하는 소식지를 보고,

할머니와 사는 소년소녀들에게 매달 만원씩이라도 기부하기로 결정한 소시민 김씨 아주머니와

몇 조를 기부하는 빌 게이츠와

빚을 내서라도 기부하는 김장훈의 기부가

질적으로 다를 수 있을까요?

 

밥 먹고 물 마시고 팔 베고 잠 잘 수 있으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NEED만 충족되면 그저 즐거울 수 있다는 자세는

타자가 그러한 최소한의 NEED가 모자랄 때 내 것을 덜어줄 수 있다는 마음과 일맥 상통합니다.

 

다만, 불행스럽게도

우리가 선뜻 타자에 대한 도움 주기를 결심할 수 없는 것은

내가 막상 불행에 빠지게 되었을 때 타자들의 기꺼운 도움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따라서, 그러한 상호 호혜의 전제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행하는 기부 행위는

진정으로 용감한 행동임에 틀림없습니다.

 

따뜻한 사회가 오는데 당장 앞장설 수 없다면

당분간은 성실하게 일한 만큼 편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공정한 사회가 오도록 우리 각자가 노력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