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술이 12 / 이쁘거나 착하거나 ...

죄송이 2012. 6. 28. 23:46

 

子在齊聞韶 學之三月 不知肉味 자재제문소 학지삼월 부지육미

曰 不圖爲樂之至於斯也 왈 불도위악지지어사야

 

 

선생님께서 제나라에 계시다 소 음악을 들으시고 그것을 공부하신지 석달이 되었는데 그 동안 고기맛을 모를 정도였다

당신도 말씀하시길, 음악이 이런 경지가 있을 줄 이전에는 생각도 못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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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입에서 잘 구워진 고기는 정말 매혹적인 것입니다.

과거 북한의 김일성이 인민들을 속이며 '이밥에 고깃국'을 외쳤을 때

이제 먹고 살만해진 남한에서는 그걸 역관광시키며 무슨 쟤네는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이냐 ... 콧웃음을 쳤지만

지금도 보십시요.

 

남한의 모든 직장인들은 회식 때 상사들이 사 주는 '꽃등심'에 난리들이고

인터넷 포털 싸이트 어디고 죄다 먹거리 사진들을 못 올려놔서 환장한 사람들 뿐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이런 환장할만큼 미치게 만드는 고기맛을 잊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원문에 흐릿하게 가려 놓은 '학지 學之' 두 글자는,

[논어] 원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기]에는 나오기 때문에

삼개월이라는 기간이 '고기 맛을 모른 시간'에 비중을 두기 보다는

'공부한 시간'과 연관되어야 한다고 후대의 신유가들이 빡빡 우겨서 구겨 넣어진 것입니다.

 

아무리 이렇게 해석해 보고 저렇게 해석해 보아도,

공자가 고기 맛을 잊은 시간이 삼 개월이라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는데도

후대의 유학자들 입맛에는 고귀한 선생님께서 고기맛에 환장하는 모습을 용납하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냥 솔직해지면 편한데 말입니다.

고기는 맛있습니다.

공자도 그 어떤 밥이나 반찬보다도 맛나게 먹었을 겁니다.

 

다만 고기를 먹는 행위가 많은 슬픔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만 알면

저절로 고기맛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소'는 숫임금이 만든 음악입니다.

'순 舜'이라고 써 놓고도 옛날 어르신들은 천연덕스럽게 '숫'이라고 읽었습니다.

처음엔 당혹스러웠지만 이제는 저도 먹물처럼 보이려고 '숫임금' '숫임금' 꼭 이렇게 읽습니다. 헤~

 

공자가 생각하는 예술의 끝판왕이 숫임금의 음악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공부를 마치고 찬탄에 찬탄을 거듭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지고지순한 음악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

그의 '소' 찬양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진미'이면서도 '진선'하다는데

도대체 예술이, 그러니까 시경이나 악경의 수록작들이 아름답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착하다는 건 왜 저는 아직 이해되지 않는 걸까요?!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은

예쁜 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을 보면,

그들은 모두 마음씨도 착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우리의 DNA 속에는 " 미 = 선 " 이라는 회로가 들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예쁘고 잘 생긴 애인을 만나

그 사람이 성실하고 착할 꺼라 생각해 결혼했으나

살다 보니 이런 저런 성격의 모남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헤어지고 나면 ...

 

아무리 원빈이나 김태희 뺨 치는 외모라 하더라도,

다시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을런지 모릅니다.

 

도가에서는 능수능란한 기교 자체를 아름답다고 보기도 합니다.

김연아가 얼굴이 이뻐서 이쁜 것이 아니고

사실은 피겨를 너무 잘 하기 때문에 이쁜 것 아니겠습니까?!

각 분야의 달인들을 보면 나름대로 다들 잘 생겼던데 ... ...

우리는 그가 가진 기예의 능란함을 아름다움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겠죠.

 

 

 

 

 

성격도 괴팍한데다

아무 재주도 없는 나를

이렇게 이뻐해 주는 우리 아내는

저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혹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