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술이 11 / 제, 전, 질
子之所愼 齊戰疾 자지소신 제전질
선생님께서 항상 신중하셨던 것은 제사, 전쟁, 질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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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삼가다'의 뜻입니다.
사람이 삼가할 것은 개인적인 원칙들이 몇 가지 있고
국가가 삼가할 것은 국가 체제의 유지와 국민들의 살림살이 등입니다.
제사나 기타 큰 일을 앞에 두고 정성을 다하기 위해 몸을 정갈히 하는 것을 '목욕재계'라고 합니다. 그때의 '재'는 이런 '齋'입니다.
선비의 집을 가리키기도 해서 '낙선재'니 하는 건물 이름도 있고
이렇게 지은 당호(堂號)를 자호로 쓰기도 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제 齊'는 글자 모양이 아주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뜻은 비슷하겠죠?!
'가지런히 하다'의 의미인데 '공평하게 나누다'의 뜻도 있습니다.
제사를 마치고 희생으로 바쳤던 고기를 형제들에게 나누어 줄 때
크기가 더 큰 것은 잘라서 작은 쪽에 보태 준다는 의미입니다.
'전'은 말 그래도 전쟁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젊은 생명들이 전장으로 끌려 가야 합니다.
반드시 살아 돌아 온다고 기약할 수 없을 뿐더러 요행히 살아 돌아와도 몸과 마음의 부상을 짊어지고 살아야 합니다.
한국 전쟁 이후에 한동안 우리 사회는 소위 말하는 부랑자들같은 '상이 용사'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월남전 이후에도 흉흉한 분위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서
이런 분위기를 일소하겠다는 명분으로 '삼청교육대'를 만들어 애꿎은 젊은이들의 입과 눈을 막은 적도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회의 재화는 탕진되고 아까운 목숨들은 죽어 나갑니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전쟁을 실제로 원했던 자들 이외에는 모두 희생자가 됩니다.
그러니 전쟁은 절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해군 기지를 하나 지을 때도
병력을 풀어 시민들의 집회를 막을 때도
항상 신중해야만 하며, 줄곧 최후의 수단으로서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만 합니다.
'질'은 질병인데 '빠르다'의 의미도 있습니다.
병이 빠르다는 것은 전염병의 위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천지자연에 제사를 지내는 이유도 결국은
농사 잘 되고 사냥감 많이 잡혀서 배불리 먹게 해 달라는 것으로 영양이 충분해야
질병을 이기는 면역력을 높여 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장 직접적으로는 가뭄과 홍수가 나지 않아서
질병이 창궐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전쟁 중에서도 군인들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것은
총칼도 대포도 아닌 바로 군진 내에서 퍼지는 전염병과 익숙치 않은 풍토병입니다.
질병, 특히나 전염병은 고대 사회에서 공포의 대상 그 자체입니다.
공자가 현대 세상에 다시 살아 온다면
위의 세 가지를 이렇게 새롭게 썼을 거라고 믿습니다.
제 - 토지나 주택, 부동산 정책에 관한 것들
전 - 국방과 외교
질 - 사회보장적 의료
믿기지 않으십니까? ^^ 전 잘 믿어집니다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