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술이 4 / 선생님 꿀물 타 드려야겠어요~

죄송이 2012. 6. 26. 21:09

 

 

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

자지연거 신신여야 요요여야

 

 

선생님께서 댁에 계실 때는 축 늘어진 듯 보이면서도 한없이 아물거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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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燕'은 제비입니다.

수리같은 맹금류처럼 큰 몸을 지닌 것도 아닌데

높은 하늘을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우리가 아는 제비는 꼬리가 길고 검정색과 흰색이 어울린 옷을 입은,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입니다.

중국에서 말하는 제비는 바닷가 절벽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제비입니다.

'강남에 갔던 제비'의 '강'은 중국 양자강을 말하는 것으로,

북방의 날이 추워지면 남쪽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는 철새입니다.

공자의 제자들이 본 제비는 북방의 제비였을 겁니다.

 

아마도 스산한 겨울철에 제자들이 모여서

이제는 떠나고 계시지 않는 스승님을 추억했을지도 모릅니다.

 

'연거'란 공직을 떠나 한가롭게 지내는 생활이라고 합니다만, 이런 해석은 지극히 강남 분위기의 설명입니다.

 

 

 

 

 

북방의 분위기란 ...

 

날이 풀려 북방에 돌아온 제비가

처마 밑에 옹색하나마 둥지를 틀고

부지런히 자식들에게 먹이를 물어 나르는 모양입니다.

절대 한가할 틈이 없습니다.

 

게다가 앞서 두 문장에서 말하길,

당신 스스로도 배우는 데 쉬지 않았고 가르치는 데 여념이 없었다고 했는데

 

여기서 갑자기 선생님이 공직에서 물러 났다고 이렇게 나른한 모습을 보일 리 없습니다.

한낮이 되도록 늦잠을 자는 재여에게는 귀가 부르터지도록 싫은 타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자는 아주 바쁜 일상을 보냈을 겁니다.

쉼없이 매우 정력적으로 가르쳤을 겁니다.

 

'연거'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의미합니다.

 

 

 

 

 

'신 申'은 '쭉 펴다' '늘이다'의 뜻입니다. '신 伸'과 같습니다.

가죽을 양손으로 잡고 잡아 늘이는 모습과 흡사하지요.

팔다리를 쭉 펴고 뭉친 전신의 근육을 풀어주는 모양입니다.

 

'신신'은 그 풀어진 모습이 지나쳐 약간 이완돼 보이는 모양입니다.

공자는 아주 고됐을 겁니다.

자신의 공부와 연구 작업, 게다가 제자들에 대한 가르침까지 ... 시간이 아주 모자랐을 겁니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왔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나갈 즈음, 선생님의 모습은 ... 입에서는 단내가 나고 눈은 약간 퀭한~ 그런 지친 모습이었을 겁니다.

 

 

 

 

 

'요요 夭夭'는 아지랑이가 아물거리는 모양입니다.

혹은 원빈의 눈빛처럼 딱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윽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입니다.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는 내 애인의 모습, 하루 일과를 마친 그녀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요.

약간 헝클어진 머리카락, 뒤쪽의 살짝 주름진 셔츠와 스커트의 자국,

그렇지만 자기 일에 제대로 된 프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그녀의 실루엣 ...

 

콕 꼬집어서 형언할 수는 없지만

너무나 사랑스럽고 존경스럽고 멋지지 않습니까?!

그런 게 '요요'입니다.

 

 

 

 

 

제자들 중의 누군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