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옹야 12 / 어떤 사람을 얻을 것인가
子游爲武城宰 자유위무성재
子曰 女得人焉爾乎 자왈 여득인언이호
曰 有澹臺滅明者 왈 유담대멸명자
行 不有徑 非公事 未嘗至於偃之室也
행 불유경 비공사 미상지어언지실야
자유가 무성의 읍재 일을 하고 있었을 때
선생님께서 물으시길, 너는 쓸 만한 사람을 얻었느냐 하시니
답하길, 담대멸명이라는 자가 있어서
다닐 때 지름길을 빌리지 않고 공무가 아니면 저의 집으로는 찾아 오는 일이 없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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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자하와 더불어 문학으로 이름이 높았던 공자의 제자입니다.
'무성'은 노나라의 읍으로 자유는 무성의 읍장을 했던 모양입니다.
'담대멸명'이라는 사람은 노나라 무성 사람이었다가
자유의 소개로 공자에게 배움을 얻게 되었고
후에 오나라로 옮겼기 때문에 기록에 따라서는 오나라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담대멸명'과 공자에 관한 재미난 고사가 있는데 아래 링크를 따라 가서 한번 읽어 보세요.
지름길로 다니지 않는다는 말은
뭔가를 빨리 해치워 공을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이 없다는 걸 뜻합니다.
'언 偃'은 '누추하다' '다 쓰러져 간다'의 의미이지만, 여기서는 자유의 이름입니다.
스승 앞에서 자신을 부를 때 본명을 불렀습니다.
요즘 자신을 제삼자화 시켜서 '콩이 아파요, 콩이 호~ 해 주세요' 이런 말들이 귀여운 양 쓰이던데
그 전통이 뿌리가 깊었던 것이었나 봅니다.
불필요한 이유로 고관 대작이나 실력가의 집에 들르지 않는다는 것은
요즘 세태대로라면 사시사철 선물 싸 들고 문안 인사하고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와야
아랫사람 도리를 다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그 사람의 공명정대함이 이 정도라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정치에서는 무엇보다 능력있는 인재를 가려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치 자체가 경제보다 더하면 더했지 효율성을 무시하지 못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능력만 존중하다보면, 사람들이 쓸데없는 보여주기식 경쟁에만 빠져
대사를 그르치는 경우가 자주 생기게 됩니다.
한미 FTA를 성사시킨 김종훈을 '매판 관료'라거나 '검은머리 외국인'이라고 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정 사실화된 것은, 협상 과정에서 그가 놓친 수많은 실수들 때문에
우리 나라와 미국의 자본들은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지만
한국과 미국의 가뜩이나 배 곯는 민중들은 더욱 가난하고 불편해지게 되었습니다.
그가 국회와 정부 부서, 그리고 국민 여론 전체를 속일 수 있었던 것은
지름길로 가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그 스스로가 자신이 한 일을 떳떳해하고 후대에까지 오래토록 남길 위업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한미 FTA를 성공시킨 이후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것이 아니라
그냥 외교 라인에 남아서 더욱 한미 외교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그렇게 떳떳하지는 못했나 봅니다.
권세가의 집에 사사로운 이유로 들르지 않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청탁을 멀리 한다는 뜻입니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데,
따라서 윗사람은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 있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 눈에 띌 정도로 지나치게 감싸서는 안 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에 대해 공무 이외의 것으로 친순히 굴어서는 안 됩니다.
' 사람 사는 정이 또 그게 아니야~ ' 그러면서
명절이면 술과 과일 등을 사들고 찾아가 인사를 올리고
처조카 결혼하는 데까지, 혹은 할아버지 돌아가신 상갓집까지 찾아다니며 인사치레를 하는 것은
예를 정중히 갖추는 것이라기 보다는
인사의 공정성을 잃고 사사로운 친분을 쌓아 나간다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공정성을 잃는 순간 그 조직의 와해는 순식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