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땅콩과자
난중 일기 (1)
죄송이
2012. 6. 13. 00:58
비가 너무 안 온다. 대지가 타 들어가면서 신음을 토해 낸다
목욕탕에서 보면 창밖의 호박이 보인다
호박은 늘 헐벗은 우리의 몸매를 엿보고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창고의 혼란함은 ...
이제 곧 이 상치들을 정리하고자 결심하였다
상치 사이의 수박이 좀더 자라면 옮겨 줘야 하겠지
나팔꽃은 견우의 힘으로 줄기차게 하늘로 향한다. 그 끝에 직녀가 있겠지
감자에게 지주를 하나 더 세워줘야 할까봐
시골집엔 지황 꽃이 이쁘게 폈던데 ... 큰누나가 가져다 준 지황을 옮겨 심어 줬다
꿀풀과의 꽃들 몇 녀석과 이상한 잎을 달고 있는 꽃풀들 ... 큰누나가 가져온 것들이다
목욕탕을 엿보는 호박의 동생 쯤? 먼저 난 것이 사실은 동생이니 얜 형이 맞겠지
호박의 가장 큰 장남, 이제 제법 어른 주먹만 해졌다. 줄무늬가 좀더 짙어지면 호박의 첫 수확을 해야 겠다.
밤호박과 애호박의 잎은 서로 다르다. 실제로 거칠어 보이지만 더 보드라운 녀석은 누구게?
집에서 키운 깻잎은 손바닥보다 훨씬 큰데도 향기롭고 부드럽다
호박이 토마토보다 빠르다
하늘을 점령하는 속도 면에서나
자신들의 숫자를 제한해가는 전력이나
호박은 놀라우리만치 진화돼있었다
오늘 바람이 꽤 심하더니 소나기 두어 방울 내리고 비는 그치다
창칼에 베이는 전란의 아픔도 크지만 심한 가뭄 중이라 난중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