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리인 18 / 세상을 부모님처럼 모실 수 있다면 진보 정당 집권도 멀지 않을텐데
子曰
자왈
事父母 幾諫 見志不從 又敬不違 勞而不怨
사부모 기간 견지부종 우경불위 노이불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님을 모실 때 혹 잘못이 있으셔도 돌려서 말씀드리고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더욱 공순히 받들어 어기지 않으며 몸이 조금 수고롭더라도 원망하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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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밤 이렇게 살다가는 자식 노릇 다 하기 전에 죽을 지도 몰라요.
이런 말씀이나 늘어 놓으시니 공자님이 욕을 많이 드시는 건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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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건 되는 집안 이야기입니다. ^^
부모님이 상식이 잘 통하고
어디 가서 누구에게 크게 죄 지은 적 없으시고
그간 열심히 살아오신 세상사 지혜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그 자식되는 이도 그런 부모를 보고 배우면서 잘 자랐을 겁니다.
기회가 되시면 문성근 씨가 쓴 글 중에서,
그이의 아버님되시는 고 문익환 목사님에 대한 기억에 관한 단문을 하나 찾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부모님을 둔 자식이라면
자식된 입장에서 부모님의 결점을 발견했을 때 어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일단 설득이 잘 되도록 얼굴 빛을 부드럽게 하고
말씀드리는 와중에도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고
많이 반복하지 않고 한두 차례만 곡진히 말씀드린다면
부모님께서도 당신의 잘못을 깨닫지 않으시겠습니까?!
만약 내게는 잘못인 듯 보였던 부모님의 행동이
사실은 부모님이 그렇게 행동하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면
그런 대화를 통해 부모님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게 되겠죠.
먹고 살기가 바쁘다 보니
부지런히 돈 벌어서 월세 끝내고 내집 장만하려다 보니
가족들끼리 놀러 가려고 자동차라도 장만하다 보니
어느새 문득 이미 장성한 딸 아들과는 그간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하고 살아 왔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봅니다.
' 이놈무 시키, 너 아빠가 말 하는 데 듣는 태도가 그게 뭐야 !!! '
이제 열 다섯 열 일곱 다 자란 아이들에게
형식적인 대화만으로는 도통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현재의 많은 50대 이하 장년들은 사실 이런 부모 자식간 대화의 단절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가슴 아프고 심각한 이유는
이 중간 세대들, 40대 50대들이 자식들과 교류만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와도 교류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벌써 3 세대에 걸쳐 세대간 단절을
사회의 가장 밑바탕이자 뿌리인 가정에서부터 겪고 있는 것이죠.
집에서 대화 수준이 이 정도인데
참여연대 회원과 어버이연합 회원 간에 대화가 한 자리에서 이루어지리라 상상이나 가능하겠습니까?
자꾸만 해답을 밖에서 찾으려고 해선 안 됩니다.
자신의 가정에서부터 풀어 나오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암 것도 모르시면서 맨날 한나라당 새누리당만 찍는 꼴보수들이세요~ 한탄만 하지 마시고
앞으로 오랜 시간을 두고 '幾諫 기간'을 해 봅시다요.
낯빛을 좋게 하고 절대 언성을 높이지 않으며 내 말 두세 마디를 하기 위해 부모님들의 말씀 열 마디를 듣는다는 각오로
이번 추석 때도 말씀드리고 다음 설 때도 말씀드리고 ... 매일 간하다 보면 싫어하실 테니 ^^
다들 모두 집으로 돌아가 10년만 노력한다면 무언가 변화가 오지 않겠습니까 ?!
'幾 기'는 '고둥'을 말하는데
'고둥'은 기관이나 기괄 장치의 방아쇠 같은 것입니다.
석궁을 쏘려면 방아쇠를 당겨야 하잖아요.
그 작은 방아쇠의 움직임이 그 거대한 화살을 빠른 속도로 앞으로 밀어 내기 때문에
'어떤 큰 현상이나 사건의 작은 조짐, 출발' ... 을 뜻하게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미 기'라고 훈독합니다.
그 본래의 의미에는 '小 작다' '微 미세하다'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위 구절의 '幾諫 기간'은 '微諫 미간'이라고 풀이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