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리인 2 / '사람다움'을 해치는 거짓 '지혜'

죄송이 2012. 5. 29. 23:39

 

子曰

자왈

不仁者 不可以久處約 不可以長處樂

불인자 불가이구처약 불가이장처락

仁者安仁 知者利仁

인자안인 지자리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인하지 못한 사람은 옹색한 곳에서 오래도록 견디지 못하며 즐거운 곳에서도 길게 머물지 못한다

인한 사람은 인을 편안해 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인을 날카로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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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 '지'는 모두 인간이 갖춰야 할 훌륭한 덕목들이지만

둘 사이에는 고하의 차이가 있고

따라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예를 들어, 안철수 교수가 강의 때마다 자주 이야기하곤 합니다만,

세계적인 천재들이 모인다는 하버드 MBA 과정을 마친 학생들의 말로를 추적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숫자가 사기를 치다가 붙잡혀서 콩밥을 먹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 때문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約'이란 것은 '집약되어 응축된 모양'을 뜻하는데

그래서 '간략하다'란 의미도 있고

말을 줄여서 전한 것이니 '편지'나 '약속'이란 뜻도 되는 것이고

'형편이나 사정이 옹색하다' 란 의미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머리가 좋다 보면, 세상의 틈새를 남들보다 잘 볼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지혜로움이라고 착각해서

양지만 좋다 여기고 음지에서는 머물려고 하지 않습니다.

 

'仁'이란 '사람다움=人' 그 자체인데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을 '인'한 사람들은 일상처럼 편하게 받아들이지만

끊임없이 편안함과 효율, 남보다 앞섬을 중시하는 '지혜로운 자'들은 불편하게 여긴다는 의미일 겁니다.

 

 

 

 

'利'란 가을에 곡식이 익어 낫으로 벼를 벤다는 말인데

'이익이 된다'란 뜻도 있고

'낫의 날이 매우 날카롭다'란 뜻도 있습니다.

 

사람답게 산다 ... 는 것은 말은 쉽지만, 사실 그 '사람'이라는 기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인'한 사람은 그런 사람다움에 대해 너무나 편안히 여기지만

'지'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을 밟고 서 있는 것처럼

'사람답게 사는 것'을 불편해 합니다.

 

최초로 플라스틱 비닐을 발명한 사람은 매우 지혜로운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인류의 발명품이 어떻게 지구 환경을 파괴할 것인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닭이 자라는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양계장에 한시도 불을 끄지 않고

한뼘의 땅이라도 늘리기 위해 바다를 막고 갯펄의 모든 생명을 죽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일들을 '지혜로움'이란 말로 포장합니다만,

진정으로 '사람다운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한시도 '처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혜롭다'고 칭찬받는 사회를 이루고 우리가 살아가는 한

우리 인류 전체는 오래토록 '처락'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지혜에 대한 과도한 자만심을 하루 빨리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점점 '사람다움'을 잃어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