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논어 팔일 9 / 민주당의 우클릭 논란 ... 어디에 아첨하시려고?
王孫賈問曰
왕손가문왈
與其媚於奧 寧媚於竈 何謂也
여기미어오 영미어조 하위야
왕손가가 물었다
아랫목에 아부하는 것보다 부엌에 아부하는 게 낫다는 말이 있던데 무슨 말 같습니까?
子曰 不然
자왈 불연
獲罪於天 無所禱也
획죄어천 무소도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절대 그렇지 않소
하늘에 죄를 지으면 가서 빌 곳이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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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제사가 참 많았습니다.
유교 질서가 확립되기 이전부터도 조상신과 자연신에 대한 제사는
매 계절마다 지켜져야 할 큰 일 중 하나였습니다.
당장 사는 집에서만 해도
봄에는 사립문(戶)에 제사 지내고
여름에는 부엌(조왕신)에 제사 지내고
가을에는 대문(門)에 제사 지내고
겨울에는 길(行)에 제사 지냈습니다.
방위상으로 서남쪽은 한해의 시작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봄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 피어오른다고 해서 서남쪽을 '오(奧)'라고 부릅니다.
제사를 지내는 방실의 서남쪽을 그래서 '오'라고 부릅니다.
과일 중에는 대추가 가장 중요하고
곡식 중에는 기장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제사를 지낼 때 가장 중요한 곳이 '오'입니다.
대부분 제사를 올릴 때는
먼저 신주를 진설하고 시동을 맞아서 아랫목에 앉힙니다.
시동이란 귀신 역할을 하는 꼬마를 말합니다.
부엌신(조왕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경우에
먼저 부뚜막에 신주를 진설해야 합니다
그 다음 제사를 올린 뒤
다시 아랫목에 제수를 진설하고 시동을 와서 앉게 한 다음
조상님의 음복을 기원합니다.
왕손가는 위나라의 대부인데
지금 민간에서 제사 지내는 모습을 통해 넌지시 공자를 떠 보고 있는 것이죠.
제사 지낼 때 '오'는 상징적으로 매우 중요하긴 합니다.
그러나 막상 부뚜막에서 신주는 펼쳐지고 실질적인 의식은 모두 치러지는데
위나라 제후가 '오(아랫목)'라면
자신과 같은 대부들은 실제 권력을 쥐고 있는 '조(부엌신)'이라는 것이죠.
아랫목은 깨끗하고 존귀하지만 실권이 없고
부엌은 더럽고 낮지만 실제 중요한 결정이 모두 이루어지는 곳이니
공자가 위나라에 온 이상
꼭 제후와 친하게 지낼 것이 아니라 나에게 협력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 ... 묻는 겁니다.
공자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아랫목이 실권이 없어져서
그저 어린아이를 앉혀 놓고 제수나 올리는 시늉을 하지만
그래도 제사의 주인은 주인이다.
이것이 곧 어길 수 없는 하늘의 이치인데
하늘의 뜻을 어겨놓고 나중에 그깟 부엌신 나부랭이에게 빈다고 죄를 면할 수 있겠냐 호통칩니다.
하늘이 곧 백성입니다.
하늘은 바보 같아서 악인이 설치고 선인이 피해를 입는데도
당장 벼락을 치지도 폭우를 내리지도 않습니다.
인자한 듯 하지만 매정하기가 가을날 서릿발보다도 더 찹니다.
백성들이 멍청해 보여도 역시 하늘의 뜻입니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가져가고
민주당이 망했다고 말들이 많더니
그예 내 놓은 분석이라는 것이,
중도를 많이 잃어서 ...
좌클릭이 너무 심해서 ... 라고들 하는 수준입니다.
모두 아랫목을 버리고 부뚜막으로 달려가고 싶어 환장들 하고 있습니다.
두고 보겠습니다.
나중에 어디 가서 이 죄를 비는지 기다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