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논어 위정 9 / 군자란 무엇인가
子貢問君子
자공문군자
子曰 先行其言 而後從之
자왈 선행기언 이후종지
자공이 군자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행동을 말보다 앞세우며 내뱉은 말이 반드시 행동을 따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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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기본적으로 상징입니다.
발화와 수용의 순간마다 각각의 주체에 의해 적확함에서 이탈될 확률이 높습니다.
로고스에 대한 강력한 신뢰에 기반하는 서양 문화와 달리,
동양 문화에서는 소통수단으로서의 언어가 가지는 불완전함이라는 장벽에 대해 늘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죠.
양아치 횽아들도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오긴 하니까
일종의 '선행기언'이기는 합니다만 '이후종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말했으면
그렇게 말하기 전에 이미 대중의 신뢰를 얻을만한 행동이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이미 그렇게 말했다면 이미 내뱉은 말이 무안하지 않도록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말을 사이에 두고 행동이 앞서지도 못했고 뒤에 책임지지도 못했으니
한미FTA를 반대한다고 말했지만 약속을 저버리고 있는 수많은 정치인들은
그나마 절반은 군자의 도리를 지키고 사는 양아치만도 못한 존재들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子曰
자왈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불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두루 사귀되 움츠러들지 않고 소인은 패를 짓고 넓게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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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周)는 '두루' '골고루' '넓다' '돌아다니다'라는 의미입니다.
비(比)는 원래 두 사람이 뒤꿈치를 맞대고 옹송거리고 서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비'는 '견주다'라는 뜻도 되고 '모여 있다' '패거리 짓다'라는 뜻도 됩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누가 더 큰지 견주어 보는 것을 '비견(比肩)이라 하는데,
나중에 '비슷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죠.
'주'는 혼자서도 어깨를 쭈욱 펴고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마음대로 다니는 모양이고
'비'는 두셋이 모여 발꿈치를 들고 서로 등을 맞대고 옹색하게 쫑긋 서 있는 모양입니다.
아주 가까운 예로,
어떤 모임에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안 나간다 ... 라고 하는 게 '비이불주'이고
어버이 연합 집회 자리에 찾아가 발언 기회를 얻고 야유를 들으면서도 할 말을 하고 나오는 게 '주이불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