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스크랩] [논어 위정 3] 들어가기 전에, 잠깐 [학이]

죄송이 2012. 5. 10. 11:20

 

논어 학이편에서 살짝 빼 두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논어 위정의 '효' 얘기를 하기 직전이라 여기에 끌어다 붙입니다.

 

 

 


 

子曰

父在 觀其志 父沒 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님 살아실 때는 그(아들) 뜻만 알 수 있고 돌아가신 이후에나 행동을 볼 수 있으니

삼년 동안은 부모님이 하시던 것을 고치지 않아야 효라 할 수 있다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세상은 하루하루 변해 가니

부모 세대에서 귀중하게 여기던 것들도 자식 세대에선 가치의 변화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가 변하는 데 따라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니,

해서 옛 어른들이 늘 말씀하시길

 

' 아비보다 나은 자식은 있어도 형보다 나은 동생은 없다 ' 고 하지요.

 

 

 

 

과거와 같은 가부장 사회에서 한 집안의 가장이 아직 살아 있을 때는

자식들은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식이 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이를테면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거나

기존의 사업을 조금 바꿔 보고 싶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그 의도만 간혹 볼 수 있을 뿐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는 없겠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야 자식은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적어도 3년은 기다렸다 차차 고치는 것이

효가 살아 있는 행동이라는 말입니다.

 

 

 

 

그럼 왜 삼년인가?!

3년 이란 시간의 의미는 대충 이렇습니다.

 

1) 혼자 말하고 걸을 수 있도록

부모가 자식을 품에 안고 키우는 시간이 최소 3년입니다.

 

2) 사람을 땅에 묻고 나서 

鬼(귀)는 땅으로 돌아가고(歸), 神(신)은 하늘로 퍼져 흩어지는(伸) 시간이 3년입니다.

 

3) 아버지를 따르던 사람들이

아들의 시대에는 옆으로 물러나 밥벌이를 장만하는 시간이 3년입니다.

 

부모님의 친상이 나면 일단 자식은 죄인이 됩니다.

그래서 좋은 비단옷을 벗고 거친 베옷을 입고

익은 음식을 제치고 거친 밥으로 조석을 떼웁니다.

차가운 무덤 곁에서 밤낮을 지키며 조상의 덕에 감사하고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그리움을 달랩니다.

이 시간이 삼년입니다.

 

 

 

 

공자가 죽었을 때 모든 제자들이 3년 상을 치렀는데

제자 자공만은 모옥을 짓고 6년을 더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사랑했던 제자 안회는 그 천재성도 부질없이 안타깝게 일찍 죽었고

스승께 거침없이 말할 수 있었던 유일한 제자 자로는 의로움을 지키려다 선생보다 먼저 전사했으며

그의 아들 백어(공리)는 손자(공급 : 자사)만 남긴 채 역시 아비보다 앞서 갔습니다.

 

이 때 즈음의 공자는 앞서 간 제자와 자식 때문에 마음에 찬 재가 많았을 터인데

하여 절대로 부모보다 세상을 앞서면 그 자체로 효라 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도를 생전에 고치지 않고 따르는 것은

힘든 시대를 헤쳐 나와 이만큼 밥 먹고 따뜻하게 잘 수 있게 해준 부모님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고

돌아가신 후에 시간을 좀 두었다가 고친다는 것은

인류 사회가 좀더 발전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입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언제까지고 아버지의 방식대로만 해서는 절대 '시중 時中'을 얻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도가 그럭저럭 괜찮은 것이라면

이후에 개선할 것을 생각해 두었다가 조금씩 준비해 나가면 되지만

만약 부모님의 도가 인간 사회의 상례를 벗어난 것이라면

3년은 커녕 단 한 시진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 구절을

북한 삼대 세습에 비견되는 삼성 일가를 비롯한 족벌 기업들이나

유신 박의 딸인 박근혜 양께서 인용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 [생활진보] 우리끼리 꽁냥꽁냥~*
글쓴이 : 토르끼예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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