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논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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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夏曰
賢賢 易色
事父母 能竭其力
事君 能致其身
與朋友交 言而有信
雖曰未學 吾必謂之'學'矣
자하가 말했다
다른 이의 지혜로움을 보면 금세 낯빛이 바뀔 만큼 좋아하고
부모 봉양을 그 힘이 마르도록 잘 하고
선생을 섬김에 그 몸을 내던질 수 있으며
벗과 교유할 때 모든 말에 믿음감이 있다면
그가 비록 글을 많이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반드시 ‘배운 사람’이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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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서 공부는 언제 하는 것이냐 ... 그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나서,
그리고 나서 아직 더 쓸 힘이 남아 있다면 그때 공부를 해도 늦지 않다 ... 고 했어요.
그와 비슷한 '학'에 대한 정의를
공자의 제자인 자하의 버전으로 소개하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인 나는 사회를 떠나 살 수 없습니다.
그런 나를 중심으로 나의 주변 인간관계를 정리해 봅시다.
먼저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있겠고 징그러운 인연을 가진 피붙이들이 있겠죠.
그리고 소꿉놀이 친구부터 성장해서 사귀게 된 뜻을 같이하는 벗들이 있습니다.
또 나에게 배움을 주신 선생님과 직장 상사, 선배들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실제로 내가 접하고 살지는 않았지만 내 삶의 멘토로 정해 놓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1) 사부모 능갈기력
부모와 피붙이에게는 생물학적으로 나를 있게 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힘이 닿는 대로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를 파리나 도마뱀, 쥐가 아닌 인간이도록 해 주는 DNA를 제공해 준 존재들입니다.
생을 긍정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저 감사한 일입니다.
2) 여붕우교 언이유신
대부분의 친구 관계는
아주 어릴 적부터 오래 사귀어 온 사이라서 장단점, 버릇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거나
금방 만났는데도 뜻이 너무 비슷해 의기가 투합되는 경우에 오래오래 유지됩니다.
이런 사이가 '有信'의 상황입니다. 복잡하게 해석할 것 없습니다.
3) 사군 능치기신
'치致'는 '던지다' '어디어디에 닿다' '이르다' 그래서 '맡기다'의 의미를 가집니다.
'군君'은 교육현장에서 나를 가르친 스승일 수도 있고, 직장의 상사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선생님이나 모든 선배, 상사가 '인간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고맙고 늘 생각나는 사람들 몇이 있죠.
그런 사람들에게 여러분들은 여러분을 맡겼겠죠? 막 몸을 던졌잖아요~
우리 처는 한문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한문 공부를 죽도록 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좋아서 몸을 던지는 게 '사군 능치기신'입니다.
4) 현현 역색
'현현'에서 앞의 '현'은 동사이고, 뒤의 '현'은 명사입니다. 어진 사람을 어진이답게 대우한다는 뜻이겠죠.
'역색'은 해석이 좀 분분한데, '색色'을 아주 예쁜 미녀로 봐서, 미녀를 본 듯이 즐거워한다로 풀기도 합니다.
좀 노골적이지만 남성분들에게는 의미가 확!! 와 닿을 겁니다.
소녀시대를 본 듯 세상의 지혜로운 자들을 반긴다면 정말로 최고의 공부하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조국 교수처럼 잘 생긴 사람 말고 안철수나 김어준, 진중권처럼 좀 못 생긴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어진 이로 반겨서 낯빛을 고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할 수 있다면
여러분들도 진정 배운 사람, 교양있는 사람이 되시는 겁니다.
이상의 네 가지를 잘 한다면
여러분들이 아이비 리그에 유학한 적이 없어도
사서 삼경을 통달해서 경전에 실린 대문과 주석, 세주까지 줄줄줄 외지 않아도
헌법, 민법, 형법을 달달달 외우면서 다니지 않아도
우리는 '배운 사람'이 되는 것이란 말이죠.
그런데 이 네가지 잘 처리해야 할 인간관계 중에 하나가 빠졌죠?
그렇습니다. 배우자에 관한 것이 없습니다.
' 올바른 배움 '을 고민하고 있는 나는 아직은 완성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자에 대한 고민은 조금 미뤄 두셔도 괜찮습니다.
내 살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듯 하여
빨리 배우자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야 하실 것 같은 분들께서는
선배, 벗, 멘토 중 하나에 끼워 넣어서 같이 이해하시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참고로, 제 처는 저를 벗으로 여기고 저는 제 처를 현인으로 여깁니다. ^^
해서 제 처는 저에게 단 한번도 거짓을 말한 적이 없었고
저는 제 처를 볼 때마다 낯빛을 단번에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