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비극의시대

그들의 사과와 우리의 용서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죄송이 2011. 10. 27. 23:52

 

진보 진영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 (지금은 온전한 모습이 멀찍이 물 건너 가 버렸지만)

국민참여당을 계속 물고 늘어졌던 진보신당 독자파(그 일부를 선도탈당파가 구성하는 것 뿐)의 '이빨'은 이것이었다.

 

한미 FTA를 추진했던 점에 대해

그리고 그를 반대하는 노동자 농민을 무참하게 때려 죽였던 일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 !!!

 

사실 사과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사과하라고 계속 요구하는 것은,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도 '형식적으로는' 비슷한 모양새를 노출한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하필 !!! (참으로 가카는 영명하시고 오묘하시다~ 이런 기막힌 타이밍을 안배하시다니)

나경원 캠프에 의한 네가티브가 한참 박원순을 두들겨 대고 있을 때

그리고 그 두들겨 맞는 모습을 처절히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무지기수로 양산되고 있을 즈음에

가카의 '내곡동 가까이'가 터져나와 버린 것이다.

 

우상호, 정봉주, 문재인, 박지원 ... 누구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들 했다.

 

홍준표 대표씨, 당시에 저격수라고 나불대며 살던 그 시절에 했던 말

나경원 후보씨, 이전에 나대변인이었던 시절 그 터진 주둥아리로 했던 말

'아방궁'이니 '성주처럼 살고자 하는 거냐'니 이런 말들에 대해

명쾌하게 사과하고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니냐 .............................................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아무도 사과할 수 없다.

사과하는 순간, ................ 영원한 바보, 혹은 배신자 甲이 될 뿐이다.

 

그 어느 누구도 '용기있는 결단'이니,

'새 시대를 이끌어갈 양심'이라고 추켜 세워 주지 않는다.

 

그저 사과를 안 하고 버티면 지조가 있다고 칭찬은 들을지언정 ... ...

 

이 즈음에서 나는 홍준표나 나경원의 말에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유감스럽다'느니 '애석하게 생각한다'느니 '나중에 적절한 기회가 생기면'이라든지 아무 관심이 없었다.

 

 

 

 

 

대신, 지난 참여정부가 진행했던 한미 FTA를 회고하는

문재인의 입장과

유시민의 입장과

정동영의 입장이 묘하게 불일치하는 것에 내 '角'이 움직였을 뿐이다.

 

모든 언어의 사용은

쌍방간의 일상적인 대화나 대중을 향한 정치적 언술뿐 아니라

심지어 트위터나 블로그에 올리는 2진수로 구성된 독백이라 할지라도 !!!!

늘상 누군가의 대응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다.

 

용서를 전제하는 자는 사과가 좀더 쉽게 나가고

처벌을 전제하는 자는 변명이 좀더 화려해진다.

따라서 '말하는 이'의 '말하는 분위기'를 구성하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들어주는 이들'이 된다.

 

 

 

 

 

 

'들어주는 이'가 얼마나 성숙한 상태에 도달해 있는가에 따라
그 사회에서 주되게 일하고 말하는 자들의 성숙도가 결정된다.

 

민주당을 보다 공격적인 야당으로 야당답게 만드는 것,

범 진보진영의 통합을 구체화하는 것,

혹은 제 3 의 정치 세력을 현실화하는 것,

 

무엇이 되었든

'들어주는 이'가 고민이 되어 있어야

'말하는 이'가 입을 열 것이다.

 

입을 열기 시작할 때,

말을 막고

잠깐만요 !!! 지난 일에 대해 사과는 하시고 해야죠 !!!

라고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곧장 입을 닫고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서 지껄이기 보다는

아마 머릿속으로는 계속

'이 자리를 좀 피하고 싶다' 그렇게 되뇌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