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술이 13 / 나라를 버려

죄송이 2012. 6. 30. 00:48

 

冉有曰 夫子爲衛君乎 염유왈 부자위위군호

子貢曰 諾 吾將問之 자공왈 낙 오장문지

入曰 伯夷叔齊 何人也 입왈 백이숙제 하인야

曰 古之賢人也 왈 고지현인야

曰 怨乎 왈 원호

曰 求仁而得仁 又何怨 왈 구인이득인 우하원

出曰 夫子不爲也 출왈 부자불위야

 

 

 

염유가 물었습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위나라 임금을 도우실까?

자공이 말했습니다. 그러게~ 내가 지금 여쭤보지

들어가 물었습니다. 백이와 숙제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선생님께서 답하셨습니다. 오래 전의 어진 사람들이었다

다시 물었습니다. 원망했을까요?

답하셨습니다. 인을 구하려 했고 그래서 인을 얻었는데 또 무슨 원망할 게 있었겠니

나오며 말했습니다. 우리 선생님께서는 돕지 않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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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를 이해하자면 배경 설명을 좀 드려야 합니다.

 

공자가 노나라를 떠나 정치적 유랑을 하고 있을 때 위나라에 머문 시간이 많았습니다.

위나라의 늙은 군주 '영공'은 송나라 출신의 팜므파탈 '남자(南子)'를 맞아들였는데

영공의 아들, 즉 태자인 '괴외'와 '남자'는 정치적 갈등이 심하여 자주 반목하였습니다.

'남자'를 제거하려던 '괴외'는 오히려 '남자'에게 쫓겨 나는 신세가 되었고

영공이 죽자 '남자'는 '괴외'의 아들이었던 '첩'을 왕위에 올립니다.

어린 아들 '첩'이 왕위에 올랐단 소식을 접한 '괴외'는 이후 지속적으로 복권을 위해 모든 정치적 공작을 동원합니다.

 

영공의 큰 딸이면서 '괴외'의 누나였던 '백희'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과 결혼한 사람이 '공문자 공어'입니다.

'백희'와 '공어' 사이에는 '공회'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엄마 '백희'는 '괴외'의 복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아들인 '공회'는 그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정치적 공작이 성공하여 '괴외'가 위나라로 돌아오자

'괴외'의 아들 '첩'은 도망가게 되었고 그래서 시호를 '출공'이라 하였습니다.

돌아온 '괴외'는 드디어 노나라 군주 '장공'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공회'를 섬기고 있던 공자의 용맹한 제자 '자로'가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죠.

 

 

 

 

집안 꼬라지 참 어수선하지요?

뭐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정치적 공작의 과정 속에는 종놈과 붙어 먹은 이야기 하며

차마 아무리 포장하려고 해도 포장할 수 없는 인륜을 거스르는 많은 이야기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은

스승인 공자가 당시의 위나라 군주인 '첩' 그러니까 출공을 도우실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궁금했던 것이죠.

그래서 똘똘한 제자 자공이 넌지시 '백이 숙제'의 이야기를 들어 스승의 뜻을 들여다 보려 한 겁니다.

 

백이 숙제는 앞에서 나왔듯이,

형제가 서로 왕위를 받지 않겠다고 도망 나온 이들이고

신하가 임금을 치는 것은 반역이라며 주 무왕의 은나라 정벌을 반대한 인물들입니다.

백이 숙제가 나라를 버린 후에 한점이라도 후회나 원망 따위가 남아 있었을까 물어봤습니다.

공자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권력은 나의 밖에 있는 것이고 인은 나의 속에 있는 것이다. 외물을 버리고 나를 지킨다. 더이상 무슨 후회가 있겠느냐'

 

주어진 나라조차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 버린 백이 숙제를

현자들이라고 칭찬하는 공자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나라도 아닌데 서로 뺐겠다고 난리치는

출공이나 장공이 사람으로 보였을 리 없습니다.

 

공자는 이 대화가 있을 뒤 얼마 후 위나라를 떠나게 됩니다.

 

 

 

 

이제 곧 대선이 다가옵니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의 획득에 있고

정권을 정당히 획득하려면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을 내세워야 합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정쟁을 일삼는 것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런 일을 열심히 하라고 나라에서는 국민의 세금을 거둬 공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뒷공작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데마고그를 통해 선거에서 이기는 사람들이

나라의 행정 외교 국방 경제 문화 노동의 주권을 가져간다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