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 논어

논어 공야장 17 / 주술을 믿는 군자도 있더냐

죄송이 2012. 6. 14. 23:48

 

子曰 臧文仲 居蔡 山節 藻棁 何如其知也

자왈 장문중 거채 산절 조절 하여기지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장문중은 점거북을 숨겨 두고 기둥에는 산그림을 대들보에는 물풀을 장식했으니 그가 지혜롭다고 어찌 여길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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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채'의 '채'는 점을 칠 때 쓰는 큰 거북의 등껍데기라고 합니다.

은나라 때는 점복술이 발달했는데 특히 거북이나 소의 넓적다리 뼈 같은 곳에 복사를 새기고 불에 구우면

그 갈라지는 모양을 해석해서 길흉을 예단했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이런 거북 껍데기를 가지고 치는 점술은 은나라 때 유행했던 것으로

주나라 때만 해도 약간 '유행에 뒤진' 취급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채'는 '큰 거북'이고 '천자만이 이 거북의 껍데기로 점을 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장문중이 천자의 지위를 우롱해 한낱 대부인 자가 똑같이 '채'로 점을 치는 것을 공자가 놀린 것이 아니라

이미 한물 간 점복술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비꼰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정확할 듯 싶습니다.

 

'산절'의 '절'은 천정을 떠 받치고 있는 기둥의 윗부분을 말하고

'조절'의 '절'은 대들보나 서까래처럼 옆으로 댄 횡목들을 뜻합니다.

거기에 온갖 산들이니 풀들을 그려서 장식했다는 말인데

이런 장식의 의미는 아마도 행운이나 장수, 다복 등을 기원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인문주의자였던 공자는

군자가 자신이 해야 할 올바른 도리를 다 하면 그것이 단 것이든 거친 것이든 감내하는 것이 마땅하여

세속적인 부귀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른 도리를 행한 후에 부귀가 저절로 따라 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에 끄달리면 안 된다고 제자들에게 늘 가르쳤죠.

 

장문중은 나름 당대에는 물론 후대에도 지혜로운 사람으로 칭송받던 자인데

이런 의외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본말이 바뀌어서 군자의 본심을 잃는 것을 경계하고자 함이

공자의 본뜻일 겁니다.

공자는 논어 [위령공] 편에서도 장문중에 대해 한마디 더 질책을 하긴 합니다.

역시 공자 선생님의 뒤끝 작렬 ^^

 

 

 

 

곧 대선이 시작됩니다.

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정치에 큰 뜻을 품은 사람들이 종종

거금을 들여 지관을 초청해 풍수지리를 살피고 조상의 묘를 이전했다는 소식이 나돌곤 합니다.

 

조상을 편안히 모시는 것은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왜 하필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그런 짓을 하는 걸까요?

결국 조상님 뼈다귀의 평안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고려한 것 아니겠습니까?

지관 모시고 거금 쓸 정성으로

국민들을 사로잡을 좋은 정책 하나 더 개발하는 것이

이 시대가 바라는 정치인의 모습 아닐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