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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君子 不重則不威
學則不固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되려면 거듭 쌓지 않고서는 우뚝 서지 못하는 법이다
배움이 견고하지 못한 까닭이다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항상 다른 이에게 신뢰를 주도록 힘쓰되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하지 말며
설령 결과가 어그러지더라도 후회하거나 (신념을) 고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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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편의 구절들은 주로 '학'과 '학의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논어]의 해석 또한 각 구절들을 독립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문맥에 따라서 배치한 이유들을 찾다보면
원래 편집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고전의 막강한 힘은
문맥을 무시하고 그 구절만 잘라내어
당장 우리 일상에 적용시켜도 잘 버무려진 데에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종래의 해석들은 대부분,
' 군자가 진중하지 못하면 위엄이 없고, 배움도 견고해지지 못한다'라고 해석해 왔는데
이런 해석은 아무리 읽어 봐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습니다.
바로 앞 구절까지는, 공부의 순서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 구절은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언술 같습니다.
그 방법에 촉각을 겨눠 보면,
일단 하나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거듭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음식이 익어가는 과정과 비슷하죠.
'익을 숙 熟' 자를 써서 '숙달하다' '익숙해지다'와 같은 표현을 씁니다.
이 과정이 '중 重'입니다. '거듭' 반복한다는 뜻이죠.
'위 威'는 본디 '절벽'의 모습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사람이 잘 떨어지기 때문에 '위태로운 것'이고
산 아래에서 보면 그 모습이 장대하기 때문에 '위엄스러운 것'이 됩니다.
사람들은 흔히 절벽의 위엄이 어느날 불쑥 솟아오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높은 군자의 모습은 하루하루 쌓아 올린 자기 승리의 모습일 뿐입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이라야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흔히 밑천이 금방 드러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TV에 나와서 의학 지식을 말하는 사람들이나, 소위 약을 파는 사람들,
토론회에 나와 인기에만 영합하려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몰라서 금세 뽀록나는 사람들,
전문 분야의 교수라고 나왔다가 학생의 질문 한 방에 무너지는 사람들 ...
엿장수 십년이면 눈을 감고도 엿장수 일을 할 수 있어서
절대 당황할 일이 없습니다.
거듭 쌓아서 묵직한 것이 아니면
어디 나가서 말을 내뱉기 전에 아직 더 공부해야 합니다.
제가 [논어]를 여러분들과 같이 읽어보자고 했지만
저 역시 이런 가벼움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논어] 강독하면서, 마음에 항상 경계로 삼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군자)가 되려면,
그가 일생의 공력을 기울여 노력한 결과물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한번 경험해 본 것을 가지고
혹은 편견에 사로잡혀 사물을 논하다가는 백이면 백 모두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특히 MB에게서 자주 관찰하게 되는데,
그는 늘 말합니다.
' 내가 해 봐서 아는데 ... '
MB가 아무리 안 해 본 게 없다고 말한들
그의 말쌈이 우리의 감동과 감화를 불러 일으킬 수 없는 것은,
그가 그것을 익숙하게 반복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적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무우불여기자'나 '과즉물탄개'는
격언으로도 많이 쓰이는 구절이라
그 뜻을 다들 한두번 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존의 해석은 이런 것입니다.
'나만 못한 이와는 사귀지 말라'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
둘다 그 자체로도 좋은 말이고 의미있는 해석입니다.
그러나 또 그냥 이렇게 해석해 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게다가 그럼 못난이들은 매일 못난이랑만 사귀고 잘난이들은 잘난이들과만 사귀란 말이냐? 반감이 생기겠지요~
따라서 이 문장을
그럼 어떻게 해야 배움이 견고해지는가에 대한
공자의 구체적인 방법제시라는 측면에서 해석해 보자는 것이죠.
1) 주충신
'충'은 '中心' 인데 '가운데를 꿰뚫다' '적중하다'란 의미입니다.
이것이 확장되면 '일관되다'란 의미도 가집니다.
따라서 공부법의 제 1 원칙은 '일관된 믿음'입니다.
수학 [정석]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매일 '집합과 명제'만 폈다 덮었다 하는 학생들이 과거엔 많았습니다.
공부의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정석만 읽어서 수학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
조급한 성과주의는 믿음을 흔들리게 하고 결국 방황하게 만듭니다.
어느 책이고 프롤로그와 제 1 장만 읽다가 던져 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강의가 시작되면 처음엔 열심히 듣다가 중간고사 이후에는 잘 안 들어가는 사람들 많습니다.
모두 믿음 부족입니다.
취미로 가야금을 배우거나 탁구를 배우더라도 한가지를 끝까지 해 본 경험은 매우 중요합니다.
2) 무우불여기자
'여 如'는 '같다' '비슷하다'는 의미인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 같은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벌이 비슷한가?' '재산이 비슷한가?' '종교가 비슷한가?'를 따집니다.
배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뜻'입니다.
이것을 배워서 장차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공부법의 제 2 원칙은 '나와 뜻이 같은 동지들을 모아서 같이 공부한다' 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아리와 스터디는 매우 중요합니다.
3) 과즉물탄개
1) 오류가 발견되면 즉시 고치도록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살다보면, 그리고 일을 추진하다 보면,
설령 내 뜻이 옳았고 인간이 갖출 수 있는 모든 합리성을 동원해서 준비를 마친 후에 일을 추진했음에도
묘하게 일이 어그러지느라, 혹은 아직 때가 오지 않아서
사업이 망해 버리는 경우도 많이 발생합니다.
그렇더라도 2)지나간 것(過)에 대해서는
너무 세상을 한탄만 하거나(憚) 본래 품었던 신념과 뜻을 바꾸거나(改) 하지 말라는 말도 됩니다.
상처는 기억되고 곱씹을수록 커집니다.
적절한 복기가 끝나고 났으면 과거의 실수나 잘못도 통크게 잊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세번째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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